일본 간 나오토(사진) 총리가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빠졌다.
중국,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에서 무능한 외교력을 보여 내각의 지지율이 ‘위험 수위’인 20%대로 추락하더니 내각의 각료 3명이 사퇴하거나 의회에서 문책결의안이 통과됐다.
일본 정가에서는 벌써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 실시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등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 26일 밤 본회의를 열고 정권 2인자인 센고쿠 요시토 관방장관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찬성 127표, 반대 111표의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의회는 또 마부치 스미오 국토교통상에 대해서도 문책을 결의했다.
야당은 두 장관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의 압력에 밀려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참의원의 문책 결의안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총리가 이들 두 각료들을 해임하지 않으면 야당은 내년 예산안 처리 등 국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정권을 몰아붙이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국회 경시 발언으로 야당의 퇴진 압력에 몰린 야나기다 미노루 일본 법무상 겸 납치문제담당상이 사임했다.
간 총리는 27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오찬을 갖고 “내각 지지율이 1%로 떨어지더라도 사퇴하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여론조사로 정치가 좌우된다’고 할 만큼 지지율에 민감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도 지난 6월 내각 지지율이 21%로 떨어진 뒤 보름 만에 사퇴했다.
위기에 몰린 간 총리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새 판을 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의원 조기 해산설도 새 판 짜기 수단의 하나이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우정 민영화법안이 부결되자 들고 나왔던 카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307석을 싹쓸이한 상태에서 선거를 다시 치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우세하다. 선거 전망도 밝지 않다. 이 때문에 대표 선거를 통해 마에하라 세이지 외무상이나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에게 총리직을 물려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당내 최대 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전 간사장과 힘겨운 승부를 다시 해야 한다. 더욱이 측근들끼리 총리직을 주고받다가 여론이 악화된 자민당 말기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간 총리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