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에 대항해 동시다발로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몽골에 협상을 제안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4일 요코하마에서 폐막한 제1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EPA 협상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한국과 일본의 EPA 협상은 2004년부터 6년간 중단됐으나 일본 정부는 9일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경제동반자협정 기본방침’을 통해 한·일 EPA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2003년 12월 상호 무역·투자 확대를 위해 EPA 협상을 시작했지만 한국은 대일 무역적자의 시정을 요구했고, 일본은 농산물 수입 개방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간 총리는 12일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헤르만 반롬푀 EU 상임의장에게 EPA 체결을 위한 교섭을 제안했다. 양 정상은 각료급 회의를 통해 협의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 정상회담을 통해 EP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몽골과도 EPA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19일 간 총리와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부가 EPA 교섭을 시작한다.
일본 정부가 EU와의 EPA 협상에 속도를 내려는 것은 일본 재계가 EU와의 EPA 조기 체결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재계는 한국이 먼저 EU와 FTA를 체결하자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메이지유신의 본산지인 야마구치현 출신인 간 총리는 EPA체결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을 정도다.
간 총리는 한국이 EU 등 선진국과 잇따라 FTA를 체결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달 초 정부의 신성장전략 실현회의에서 “한국은 외국들과 연이어 관세 장벽을 없애 산업계가 수출에 힘을 쏟게 하는데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뒤처진 일본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무엇인가 이쪽(일본)은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는 일본의 비관세 장벽을 둘러싼 우여곡절도 예상된다. EU는 일본의 비관세 장벽이 먼저 시정돼야 한다며 일본과의 EPA 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일본 언론은 비관세 장벽을 둘러싼 문제점이나 농산물의 관세 철폐 등 일본 국내 상황이 아직 크게 변한 게 없어 실제 교섭 개시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