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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그들은 명분 잃은 마약갱단일 뿐”

반군억류 6년 만에 구출 제 2인생 잉그리드 베탕크루 인터뷰



‘콜롬비아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정계에서 승승장구 하던 잉그리드 베탕쿠르 콜롬비아 전 상원의원. 그는 2002년 대선 유세 중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게 인질로 붙잡혀 6년 동안 정글에 갇혀 있다 2008년 극적으로 구조됐다. 최근 왕성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펼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나 힘겨웠던 인질 생활과 FARC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유로운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 일상은 어떤가.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 건강하게 잘 지낸다.

)정글에서 지낸 후 혹시 성격이 바뀌었나.

))당신 앞에 지금 정글에서 6년간 인질로 잡혀서 살다 온 사람이 앉아 있다. 뭐가 좀 보이지 않나. 사실 성격이 변했다. 정치인으로 생활하면서 주로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남의 말은 잘 듣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배울 점은 있는 것 같다.

)콜롬비아의 개혁을 외쳤던 2002년 대선 상황을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그동안 참 많은 게 변했다. 좌익 게릴라 조직과 콜롬비아 정부와의 전쟁은 원래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로 생겼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빈곤층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무장 세력이 총기를 구입하고 서민들의 토지를 몰수해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FARC가 빈민들을 착취하고 제멋대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콜롬비아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쟁은 결국 빈민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해 진행되는 더러운 전쟁이다.

)당신을 포함해 반군에게 잡혀 있던 유명 인사들이 모두 풀려났다. 세상 사람들이 아직 잡혀 있는 다른 인질들에게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나.

))인질 가족들은 내가 석방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피붙이 역시 풀려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 석방된 이후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마치 유명한 광부 한 명이 매몰된 탄광에서 살아 돌아온 후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출구가 닫힌 격이 됐다. 정말로 슬픈 일이다. 정글에서의 삶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어렵다.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심리적인, 정신적인 문제로 날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인질들은 목과 손발에 사슬을 칭칭 감고 지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는 12년 넘게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도 있다.

)좌익 게릴라가 왜 인질을 잡고 있는 건가.

))사실 이들은 엄청난 실수를 하고 있다. 반군은 인질을 잡아 정부와 협상을 하기는커녕 모든 걸 잃었다. 나를 납치했을 당시 좌익 게릴라들은 자신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자랑스러워 했다. 유럽에 있는 몇몇 사회주의 당이 이들을 자신들의 의회로 초청했기 때문이다. 그때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FARC 소속 회원들이 프랑스 의회에 초대됐다는 이야길 듣고는 정글에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지금은 다 지난 일이지만 말이다.

)FARC는 왜 협상을 하려는 건가.

))정치적인 동기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FARC는 이제 마약 갱단에 불과하다. 당초 FARC는 마약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자신들의 혁명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혁명이란 명분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마약 거래만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단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총기류를 계속 사들이는 데만 관심을 둘 뿐이다. FARC가 추진하는 프로그램들은 이제 정치와는 상관 없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 반군 조직의 행태는 1990년대 날뛰던 마약 조직과 다르지 않다. 이제 정부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으니 FARC는 머지않아 모든 걸 잃고 평범한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게 될 거다.

)콜롬비아 정부군이 FARC를 제압했다고 보나.

))그렇다. FARC가 다시금 무너진 조직을 정비하고 안정화시키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또 조직이 뭉칠 수 없도록 정부군이 철저히 차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FARC가 제 기능을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콜롬비아에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다. 하지만 FARC가 사라진다고 해서 국가 사정이 자동적으로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콜롬비아 도심에서 안락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시골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 사정을 전혀 모른다. 콜롬비아에서 유혈분쟁 등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자국 내 다른 지방으로 떠도는 ‘국내 난민’ 숫자는 자그마치 400만 명에 달한다. 사회 기반시설이 구축되고 있고 안보 문제도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당수 콜롬비아 국민은 빈곤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메트로 네덜란드=루벤 에그

[사진설명] 니콜라 사르코지(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2008년 7월 파리 남서쪽 빌라쿠블레이 공군기지를 찾은 베탕쿠르의 빰에 입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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