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치르는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심각한 갈등관계를 빚은 데 이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일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전격 방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미·일 동맹이 약화하면서 외교·안보에 약점을 보여 이를 중국과 러시아가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응해 강력한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나 시기적으로 실행하기가 어려워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모스크바 주재 고노 마사하루 대사를 한시적으로 소환하는 등 강공책을 들고 나왔지만 13∼14일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조기에 양국 간 갈등을 수습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쌓아온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중단하는 방안도 있으나 실익이 없고, 러시아를 자극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일본 열도는 센카쿠 갈등에 이어 북방영토 분쟁이 표면화되자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를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어 중국과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우위적인 입장에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북방영토는 러시아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어 이 문제를 대하는 일본인의 감정은 더욱 절실하다. 실제 홋카이도 북쪽에 있는 사할린과 달리 동북쪽의 쿠릴열도는 지리상으로 일본과 더 가깝다.
북방영토 4개 섬에 일본인이 먼저 살기 시작해 홋카이도 주민 중에는 지금도 조상의 성묘를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수가 적지 않다. 1855년 러·일 통상우호조약(시모다 조약)을 체결, 일본 영토로 인정된 적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러시아가 쿠릴열도를 점령했지만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을 통해 소련이 ‘평화조약 체결 후 4개 섬 중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일본에 반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도 일본 측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센카쿠에 이어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3개 지역 중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없는 데다 한국과도 영유권 다툼을 치를 경우 일본은 동아시아 인접국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토분쟁으로 인해 우익세력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여 중·고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기술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