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통에 쓰레기를 집어넣어 동력을 얻는 ‘쓰레기 재활용 연료시스템’. 1989년 개봉된 영화 ‘백투더퓨처 2’가 그린 30년 후의 미래상이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핵연료에 버금가는 전력을 얻는다는 ‘상상’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상상은 ‘현실’이 됐다. 일본 오지탐험가 야마다 슈세이(53·사진)는 폐식용유를 원료로 차를 움직여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지난 21일 녹색연합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1천명, 공장·식당서 6504ℓ 얻어
사진기자이자 자동차 경주 선수이기도 한 야마다는 2005년 바이오디젤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유채꽃이나 해바라기씨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자동차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검은 배기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착한 연료라는 것도 맘에 들었다.
2006년 처음 ‘바이오디젤 어드벤처’에 나섰다. 경유차를 바이오디젤만으로 달리는 프로젝트였다. 바이오디젤 이용이 활성화된 유럽이어서 가능했다. 필터와 엔진오일 등을 바꿔 가며 이리저리 테스트도 했다. 북으로 노르웨이부터 남으로 아프리카까지 10개국 2만㎞를 바이오디젤을 찾아 돌아다녔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세계 일주를 결심했다. 하지만 연료가 문제였다. 유럽과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선 바이오디젤이 상용화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폐식용유’를 원료로 바이오디젤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주유소는 없어도 세계 어디서건 사람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10개월 동안의 연구 끝에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 제조기를 완성했고, 2007년 12월 배로 일본을 출발해 이듬해 2월 캐나다에서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미국→아프리카→서유럽→동유럽→러시아→중앙아시아→중국을 거처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1년에 걸쳐 4만7853㎞를 달려 17개국을 통과한 대장정이었다.
지구촌 곳곳이 주유소였다. 거리에서 만난 1000여 명의 이웃들이 그에게 폐식용유를 공급했다. 식당이나 공장 등에서도 얻었다. 그렇게 6504ℓ의 폐식용유로 세계를 누볐다.
마냥 달리기만 한 건 아니다. 해바라기씨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스쿨버스를 운행하는 학교와 폐자재로 짓고 태양열과 풍력으로 전력을 만드는 친환경주택을 찾았다. 각국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했고 매년 물이 줄어 33m까지 수위가 낮아진 그랜드 캐니언과 20년 만에 크기가 10분의 1로 줄어든 카자흐스탄의 아랄 호수에선 기후변화를 실감하기도 했다.
◆“바이오디젤 자전거 만들 것”
야마다는 지금도 일본에서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전국 일주를 하고 있다. 지구환경을 생각해서 가능하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물론 차량 이용을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 건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세계 일주를 하면서 300㎞를 이동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데 이틀이 걸렸다. 시속 100㎞로 달리면 3시간이면 바닥이 났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면서 소중함을 알게 됐고 생활 습관이 바뀌었다.”
그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바이오디젤을 만나면서 환경의식이 싹텄다. 이제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는 게 꿈이다. “어느새 더 많이 걷고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무심코 에너지를 절약한다.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도 늘었다. 바이오디젤 자전거도 만들어 보려 한다.”
참,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그린 미래는 2015년이었다. 앞으로 5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