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을 위한 서약(Pledge to America)’을 발간했다. 11월에 치러질 중간선거를 겨냥해 정책을 정리한 것이다. 총 45쪽에 달하는 이 ‘서약’의 42쪽이 작은 정부와 감세에 할당됐다.
공화당 지도자 존 바이너(오하이오) 의원이 앞장서 발표한 이 문서는 뉴잇 깅그리치의 지휘로 작성·발표된 1994년의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을 연상시킨다. 레이건의 연설문을 기초로, 공화당원들이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실행할 행동강령을 명시한 ‘계약’은 클린턴 행정부하에서 치러진 중간선거를 겨냥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내용이 작은 정부와 감세로 압축된다는 점에서 ‘서약’과 흡사하다.
94년 당시 중간선거를 6주 앞두고 발표된 ‘계약’은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석을 차지하는 데 공헌했음이 인정돼 사실상 극단적 보수파의 승리로 평가됐다. 이번 ‘서약’ 역시 최근의 티파티 운동으로 대변되는 극단적 보수파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로 원외에서 이슈를 만들어오던 티파티 운동이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투입돼 원내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해가고 있는 것이다.
바이너는 ‘서약’이 오바마의 정책으로 생긴 막대한 부채를 결국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고 목청을 돋우는 타파티 운동의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서약’은 오바마 정부의 지출을 줄여야 하고 재정 부족이 충당돼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정작 정부가 가진 부채 중 가장 장기적이고 방대한 프로그램인 사회안전과 의료보험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부시의 부유층 감세 혜택을 연장하고,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을 무효화할 뿐 아니라 참전군인의 보험조차 사보험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서약’이 작성되는 데에 AIG보험회사의 로비스트가 개입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Taxed Enough Already’의 약자 TEA에서 유래한 티파티. 경기부양에 필요한 재정을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세금이라는 형식으로 충당할 것이 아니라 빈자들의 주머니에서 보험료라는 형식으로 털어내는 것이 자유이자 민주주의라고 굳게 믿는 이들이 바람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