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교육개혁으로 워싱턴 주민과 오바마 행정부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워싱턴시 교육감 미셸 리(사진)가 지난주 치러진 시장선거 결과 사임할 위기에 처했다.
시장 재임 중 리를 발탁한 에드리언 펜티 후보가 패배하고, 리를 사임시킬 것이라 공언했던 빈센트 그레이가 새 시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리는 이번 선거 결과가 “아이들에게 재앙”이라고 표현하면서 교육개혁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레이는 공약을 지키기는 하되 리와 만나 교육개혁에 대한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는 2007년 그녀를 교육감으로 추인했지만 점점 의견 차가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리의 강도 높은 교육 개혁이 교사들의 무더기 퇴출과 폐교 조치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그레이의 우려와 반대가 컸는데, 흑인 중산층 출신인 그레이가 워싱턴의 공립학교 교사 조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도 학생들의 학력이 전국의 최저 수준을 유지하던 참담한 워싱턴의 공립학교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리가 교육개혁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실제 리의 개혁으로 워싱턴 공립학교 학생들의 수학 능력은 눈에 띄게 향상됐고, 오바마는 공개적으로 리에 대한 찬사와 함께 그녀가 한국계 미국인임을 의식한 탓인지 한국 교육제도에 대한 찬사까지 보냈다.
문제는 리가 보여준 다소 과격한 방법이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기만 한다면 교사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 넣는 것도 무방하다’는 것으로 인식될 만했다는 것이다. 타임지 표지에서 빗자루를 들고 웃는 그녀의 모습은 무능한 교사를 싹 쓸어내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예다.
그레이는 리의 독단적인 업무처리 방식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지 않고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번 주 그레이와의 만남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계약 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교육감에 오른 이후 그녀는 센세이션이었고 스타였다. 그러나 자신의 재임 후에도 계속될 수 있는 바탕을 다지고 싶었다면 교사들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의견 역시 신중하게 고려했었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리의 개혁이 갖는 한계조차 ‘한국적’인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