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퀸’의 명성이 자자했던 가전업계에 강한 ‘남풍’이 불어닥치는 중이다. 가장 거센 회오리가 몰아치는 곳은 가을 성수기를 노리고 있는 김치냉장고 시장이다.
가수 이승기(삼성전자), 배우 소지섭·유승호(위니아만도)를 비롯해 축구스타 기성용·차두리(LG전자)까지 올가을 김치냉장고 전속모델 자리를 꿰찼다. 시장 점유율 1∼3위 업체가 모두 남성 모델을 낙점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졌다. 톱스타 김희애·이다해도 이들 앞에서 맥을 못 추고 모델 자리를 넘겨줬다.
“내가 최고의 엄마가 된 듯 흐뭇하다” “우리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수 이승기가 모델로 나선 삼성전자의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의 새 CF가 공개되자 주부들의 반응이 인터넷을 달궜다. 살가운 효자아들이 된 이승기가 엄마가 담근 김치를 먹고는 등 뒤에서 엄마를 껴안아주는 모습에 “설렌다”는 반응이 제일 많다.
‘이승기 효과’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여성 모델을 제치고 김치냉장고 모델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광고 시장의 판도를 바꾼 파격적인 시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업계는 이승기 효과에 놀라 뒤를 쫓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지펠아삭 김치냉장고가 2년 연속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게 된 원동력이 바로 이승기였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승기의 돌풍에 위니아만도 ‘딤채’도 탄력을 받았다. 김치냉장고 시장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딤채는 배우 소지섭과 유승호를 더블 캐스팅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해처럼 친근함을 강조하는 일반인 모델을 채용하는 대신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를 앞세워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두 업체를 쫓고 있는 LG전자 ‘디오스 김치냉장고’는 이례적으로 축구스타인 차두리와 기성용 선수를 모델로 내세웠다. 친근한 이미지의 차두리와 ‘훈남’ 기성용 선수가 호흡을 맞춰 맛있는 김치 맛을 전할 예정이다. 디오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최혜림 대리는 “김치 맛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스포츠 스타 중 주부들이 선호하는 두 사람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소형 가전도 남성 모델 전성시대다. 영화 ‘아저씨’로 인기몰이 중인 배우 원빈은 밥솥 모델로 나섰다. 쿠쿠홈시스는 탤런트 이수경 대신 원빈을 모델로 낙점했다. 최근 선보인 CF에서 원빈은 “여자들은 이렇게 깨끗해요?”라며 자상한 모습을 한껏 드러낸다. 칭찬 속에선 여성들의 호감을 얻겠다는 의도가 진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가정용품 브랜드 테팔은 로맨틱한 이미지의 가수 알렉스를 홍보대사로 내세워 놀라운 효과를 거뒀다. ‘노래하는 요리사’ 알렉스가 주로 사용했던 핸드블렌더, 믹서 같은 음료조리도구의 지난 5∼8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66%나 뛰어올랐다.
◆왜 남성 모델일까
남성 모델들이 노리는 건 흐뭇하면서도 설레는 ‘누나 미소’ ‘엄마 미소’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들의 ‘살인미소’는 CF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생활가전의 경우 실제 구매력을 여성들이 휘어잡고 있어서다.
‘지펠아삭 김치냉장고’의 CF를 제작한 제일기획의 박재신 차장은 “제품 구매력이 있는 30∼50대 여성의 감성을 파고들기 위해 주부들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을 어필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좋아하는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