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일까? 고귀하고 자유로우며 정신적인 그 어떤 것, 규정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신들의 비밀을 담고 있는 것. 이와 비슷한 범주의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광부화가들’을 보라.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인 리 홀의 최신작 ‘광부화가들’에서는 탄광촌 광부들이 화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린다. 1930년대 애싱턴 우드혼 탄광촌에서는 광부들을 위한 강좌를 개설한다. 경제학 교수를 초빙하지 못해서 대체한 ‘미술 감상법’ 수업에서 광부들의 인생을 변화시킬 사건을 맞는다.
미술 감상법 강사로 온 로버트 라이언(권해효)은 이들에게 르네상스 전성기 화가들의 그림을 슬라이드로 보여주지만 마을을 벗어난 적이 몇 번 없는 광부들에게 그런 그림들은 생소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직접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다.
한번도 미술관에 간 적이 없고, 그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화판을 놓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예술이 멀게만 있는 그 어떤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존재하고 혹은 자신의 삶 자체라는 것을 깨달아 간다. 자신들이 그린 그림들을 놓고 서로 토론하면서 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만들어간다.
그들의 토론은 순수예술을, 때론 참여예술을 대표하는 생각들이지만, 그것이 경험에서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구체화된 언어로 전달된다. 예술의 의미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감상자가 해석하는 것에서 발생한다는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예술관을 말하는 장면조차도 매우 광부스럽게 이야기한다.
기초적인 미술 교육조차 받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서 길러진 느낌들을 화폭에 담아낸 그림들은 기교에서는 떨어지지만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심지어 그들의 작품에 관심을 보인 후원자 헬렌(문소리)은 애싱턴 그룹의 한 명을 전업 화가로 변신시키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의 일부였던 광부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 예술을 지속해나간다.
2차 대전이 시작되고 그들의 작업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광부로서 그림을 그리고 삶과 예술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광부들이 화가로 성장하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더욱 감동스러운 것은, 이것이 실제 화가 광부들인 애싱턴 그룹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결코 일상과 유리된 어떤 것이 아니다.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