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본입찰서 넷마블, 베인캐피탈 최종 응찰
매각주간사, 이번주 초 우선협상대상자 결정할 듯
'현금 동원력' 양측 우열 없어…'절실함'이 성패 좌우
갈길바쁜 웅진그룹 '청신호'속 증시선 상한가 기록
국내 생활가전 1위인 웅진코웨이의 인수합병(M&A)을 놓고 국내 게임사인 넷마블과 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이 2파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주초에 드러날 최종 인수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선 넷마블에 한 표를 더 주고 있다. 사모펀드에 버금가는 현금 동원력은 물론이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절실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를 가급적 많은 대금을 받고 빨리 매각해야하는 웅진그룹 입장에선 '돈'에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지만 '절실함'이 베팅 규모를 키워 경쟁자인 PEF를 뛰어넘을 개연성이 이런 관측을 가능케하고 있다.
시장의 예상이 들어맞을 경우 이번 M&A는 게임회사와 생활가전회사의 '첫 융합'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M&A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인캐피탈의 저력도 우선협상대상자 최종 선정 과정에서 만만치 않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게다가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웅진코웨이를 6년 만에 사들였다 1년도 안돼 다시 M&A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뼈아픈 결정을 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만에 하나 향후 '코웨이'를 다시 인수할 것이라고 마음 먹고 있을 경우, 같은 값이라면 넷마블보단 베인캐피탈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가능성도 있다. PEF는 통상 수 년후 인수 회사를 재매각해 차익실현에 나서기 때문에 윤 회장 입장에선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지난 10일 마감돼 넷마블과 베인캐피탈이 참여한 가운데 빠르면 이번주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 매각 주관은 웅진그룹이 올 초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를 인수할 때 1조6000억원의 거금을 대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다만 한투증권은 그 사이 인수금융으로 주선한 1조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코웨이 매각후 웅진그룹으로부터 5000억원만 더 받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시장이 베인캐피탈에 비해 넷마블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넷마블은 당초 웅진코웨이 인수후보군으로 떠올랐던 SK네트웍스, PEF인 칼라일, 중국가전사 하이얼 컨소시엄 등의 이름이 오르내릴 당시에도 드러나지 않았었다.
그러다 본입찰 과정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다. 일부에선 흥행 실패를 우려해 웅진그룹측이 넷마블에 '러브콜'을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매출의 70% 가량을 벌어들이는 등 국내 게임업계 '빅 3'인 넷마블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임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웅진코웨이를 타깃으로 삼고 스스로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넷마블은 본입찰 마감 당일 발표문을 통해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키로 결정했다"면서 "(웅진코웨이를 인수해)자사의 게임 사업 노하우를 접목,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나가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밝혔다.
게다가 넷마블은 시장에서 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는 이번 웅진코웨이 M&A에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뛰어들었다. 돈줄 역할을 하는 재무적투자자(FI) 등 파트너가 필요 없다는 방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이 시장가치만 10조~12조원에 달하는 넥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던 전력 등을 고려하면 현금보유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무엇보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M&A에 참여해 일부는 성공한 예를 보면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 의지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넷마블은 지난 2017년 초 모바일 게임사인 미국 카밤 밴쿠버 스튜디오를 약 1조원에 사들인 바 있다. 직전년도에는 이스라엘 게임사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참여해 4조원을 썼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도 있다.
특히 넷마블은 IFRS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현금만 1조550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넷마블의 현금 보유 규모가 올해 말 2조원, 내년엔 2조5000억원 가량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넷마블내에서도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한 자금 베팅에는 상당히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미국계 베인캐피탈이 웅진코웨이를 품에 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84년 당시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베인캐피탈은 글로벌 10대 자산운용사로 지난해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도시바를 인수하면서 국내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도시바는 베인캐피탈이 49.9%, SK하이닉스가 15%의 지분을 보유, 베인캐피탈이 대주주다. 현금 동원력은 물론이고 오랜기간 M&A 시장에서 쌓아온 수 많은 노하우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편 이처럼 웅진코웨이 M&A가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갈길 바빴던 웅진그룹에는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증권시장에선 이를 인식한 듯 지난 11일 웅진코웨이의 대주주인 웅진씽크빅과 웅진그룹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넷마블 주가는 같은 날 3.53%(3400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