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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바이오의 추락, 위기의 근원은 어디인가

최종수정 : 2019-08-07 15:37:06

바이오주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토종 바이오의약품 개발의 꿈이 연이어 깨진 영향이 컸다. 더 큰 문제는 잃어버린 믿음이다. 뚜렷한 실체가 없는 바이오 벤처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먹고 자란다. 하지만 '기대주'들의 연이은 실패와 경영진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더해지며 투자심리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K-바이오도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먹튀'한 임원과 뒷짐진 당국

7일 코스닥시장에서 신라젠 주가는 10% 넘게 추락하며 1만3700원으로 내려앉았다. 한때는 시가총액 10조원을 넘었던 코스닥 대장주는 이날 시가총액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회사측이 최근 긴급 간담회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대표이사가 전일 2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투자심리를 되살리진 못했다.

신라젠 충격은 바이오 업종 전체로 번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임상3상 결과 발표가 예정됐던 의약품은 에이치엘비 경구용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 신라젠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 헬릭스미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0', 메지온 단심실증 치료제 '유데나필' 등 4가지다.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받은 바이오의약품이 아직 전무한 상황에서 마지막 관문에 선 4개 신약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이 중 에이치엘비과 신라젠이 연이어 실패 소식을 전했고 바이오 업종에 대한 믿음도 무너졌다.

이 가운데 임직원들의 '먹튀' 논란이 실망을 키웠다. 신라젠 임직원들은 그동안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을 30여 차례 행사해 200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신 모 전무는 지난달 1일 부터 4회에 걸쳐 보유 주식 16만7777주를 모두 매각해 88억원을 챙겼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를 떠난 상태다.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충격을 안긴 코오롱 역시 마찬가지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인보사 사태가 일어나기 6개월 전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당시 그가 챙긴 퇴직금은 450억원에 달한다. 특히 코오롱은 인보사가 국내 판매 허가를 받기 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정보 유출에 대한 의혹도 끝없이 제기된다. 신라젠의 공매도 잔고가 지난 달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임상 중단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달 31일에는 공매도 거래량이 갑작스레 급증해 의혹을 키웠다. 에이치엘비 역시 임상 지연 소식을 공개하기 직전 공매도가 급증한 바 있다.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뒷짐만 진 규제당국에 대한 원망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신라젠은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AA등급을 받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며 큰 기대를 받았던 기업이다. 인보사로 상장폐지 위기를 맞은 코오롱티슈진 역시 기술성평가에서 AA등급을 받은 바 있다.

◆신약개발 "너무 성급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임상 3상 실패가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성급함'이 꼽힌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해 신약 개발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라젠은 지난 2014년 간암치료제 넥사바 투여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 129명에 펙사벡을 투여하는 후기 임상2상을 진행했지만, 생존률을 높이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신라젠은 펙사벡과 넥사바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 3상을 강행했다. 애초에 임상 3상을 진행할 근거가 부족했고, 예견된 실패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인보사가 품목허가를 받기 전인 2017년 초, 인보사의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보고하거나 재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임상을 강행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 사실을 모른 채 국내에서 인보사 판매를 허가했고, 3000명이 넘는 환자가 인보사를 투여 받았다.

신라젠 관계자는 "펙사벡에 대한 확신도 물론 있었지만, 임상 3상이 승인될 당시에는 넥사바가 유일한 간암치료제 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진행한 사항이었고, 임상 3상을 다르게 설계했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 지금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비용 부담으로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환경도 문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비용으로 대규모 차입금, 투자자금을 업고 가야하는 바이오 벤처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성과를 보여줘야하는 부담이 크다. 신약에 회사의 존폐가 걸렸으니 문제를 인정할 수 없고, 어떻게든 끌고 가야 한다"며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누구보다 크지만 두번 세번 두드려보며 갈 수 있는 자금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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