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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몰입은 병이다?]<下> "비만 됐다고 음식 탓하나…과잉진단 우려도 커"

최종수정 : 2019-05-01 13:35:09

이경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 겸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 .
▲ 이경민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 겸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 .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열리는 세계 보건 총회에서 게임이용 장애를 정신건강질환의 일종으로 등재하는 국제 질병 분류 개정안(ICD-11)을 발의할 예정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게임이 '중독성 물질'로 몰리며 산업이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지난달 29일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이경민 교수는 1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상적 성장 과정에서 겪는 극히 정상적인 몰입 행동을 병적인 것으로 오인해서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정행위를 중심으로 질병으로 분류하고, 질병과 증상의 구분을 측정하고 판단하는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인지과학자이기도 한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내 게임과학포럼 사무국도 운영하고 있다. 게임과학포럼은 인지과학, 심리학, 게임과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과 기초과학자, 임상 의학자들을 구성원으로 게임이 인간의 인지와 정서, 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유하고 연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와 관련, 세계적인 흐름과 전망은 어떤가.

▲ 향후 정보통신기술(ICT)이 계속 발전하면서 이를 과용하는 문제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다루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 등 관련 종사자들이 게임 이용에 관련해서 생기는 병적 상태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보 수집과 교환도 점증할 것이다.

이런 보건의료적 목적으로 WHO에서 질병코드를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코드 설정은 인터넷, SNS, 모바일 기기 등의 발전과 광범위한 보급에 연관해서 생기는 보건의료적인 문제들을 인식하고 관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인데, 마치 비디오 게임을 중독 원인으로 지목하는 듯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비디오 게임에 관련한 학계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들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의학적 관점에서도 질병코드 설정 근거나 명칭 등에 관련해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있다. WHO의 정책적 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병적인 정도의 문제를 보이는 사례들에 대해 보건의료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취지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비디오 게임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화 등록 문제점은 무엇인가. 연구 논의 과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 의학 병인론의 관점에서, 세 가지 비판점이 있다. 우선 특정 행위를 중심으로 질병을 분류하는 문제점이다. 병적 현상으로 지목된 비디오 게임 과용을 인터넷, SNS, 모바일 기기 등의 과용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비디오 게임만 안하면 병적인 행동이 정상화되는 것인가 의문이다.

둘째로 질병과 증상을 구분해야 하는데, 이런 점에도 문제가 있다. 질병을 분류할 때 병의 발생 기전, 발병 원인 등이 명확해야 의학적·의료적으로 유용성이 있다. 그런데 증상에 불과한 비디오 게임 과용을 질병코드화해 마치 질병의 원인이나 발생 기전인 것처럼 오인할 우려가 높다. 아울러 증상의 정도가 병적으로 과도하다는 점을 진단 요건에 포함시키는데 이를 측정하고 판단하는 근거가 모호하다. 게임 과용 그 자체보다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기준으로 진단하도록 돼 있는 것도 실제 적용에 모호성을 증가시킨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을 소비하는 정도가 비슷하더라도 프로 게이머의 경우와 일반 학생의 경우를 달리 판단한다면 질병이라는 보편적 범주로 묶는 것이 과연 타당할지 의문이다. 학생이라서 과도한 부작용이 있다면 비디오 게임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을 못한다는 문제 상황을 중심으로 장애를 분류하는 것이 과학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별 행동이나 행위의 수준에서 질병을 분류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행동의 신경학적 기전을 중심으로 질병을 규정하고 분류해야 한다는 의학적 필요성과 최근 의과학 연구의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

-게임 과몰입 원인에 대한 학계, 의료계의 해석은 어떤가. 일각에서는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교육적인 원인이 게임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해석도 있다고 한다.

▲ 사실 게임은 몰입할만 해야 가치가 있다. 과도한 몰입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들을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음식 자체가 가진 좋은 맛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음식을 과도하게 먹지 않고, 적절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게임의 과용에 관련성이 높은 요인으로 소외감 등 부정적 감정 경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부모나 가족간 갈등이나 가정 폭력 등이 밝혀졌다. 게임 과용 행동을 보이는 환자들 대부분에서 불안증, 우울증, 주의집중 장애 등 정신 질환들이 선행 혹은 병발한다는 사실도 이와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게임이 뇌 활성화, 인지기능 발달 등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꼽는다면 어떤 요인이 있나. 최근 명상을 훈련하는 가상현실 게임 등 정체성, 분노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이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루는 게임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 모든 게임은 뇌 활동과 인지적, 감정적, 그리고 사회적 경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뇌 발달과 인지 훈련 효과를 가진다. 비디오 게임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뇌 기능을 훈련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실험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시청각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전략적 선택 능력이 향상되는 등 인지 기능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증명됐다. 이러한 인지 기능적 측면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 등 감정 조절 효과도 있고, 특히 뇌활성화와 관련해 뇌 혈액 순환을 증진시켜 뇌 세포 보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게임 중독 장애, 질병으로 분류하면 일게 될 파장이 궁금하다.

▲ 우선 비디오 게임이든 취미 활동이든 정상적 성장 과정에서 겪는 극히 정상적인 몰입 행동을 병적인 것으로 오인해서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을 우려가 크다. 뇌인지 발달 단계에 따라 각 단계의 과제들을 성취하기 위해 다양한 관심사가 생기게 마련인데, 사춘기에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정, 인정 욕구 과다, 자아 형성기의 기존 보호막에 대한 거부 등으로 인해 이상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성장하면서 극복하게 된다. 그러나 낙인 효과로 인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고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술이나 마약과 같은 부류로 분류될 가능성이나 의료 수익성 논란 등도 우려된다.

▲ 우리 의료 현실을 고려할 때 과잉 진단의 우려가 크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다루는 의료인들이 보호자나 교사 등의 기대와 요구에 순응해서 의료 관리 행태가 왜곡될 수 있다. 문제 학생과의 갈등을 겪는 보호자나 교사들에게 질병이라는 다소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하고, 약물 치료, 상담 등 고가의 의료 행위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특히 초기에는 비보험 항목으로 분류돼 수가 규제의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동일 환자에 불안증, 우울증 등의 근본적인 질환의 코드를 부여하는 것보다 게임중독으로 코드를 부여하는 것이 보호자들의 거부감을 피하고, 수익성 측면에서 의료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게임 과용을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 미봉책에 그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소외감 등 부정적 감정 경험, 과다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 심리적 성장 과정의 불안정성 등 사회적·문화적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개별 환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약물, 심리, 행동 치료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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