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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바벨탑과 금자탑 사이에

[신세철의 쉬운 경제] 바벨탑과 금자탑 사이에



우리사회에서도 아껴 모은 큰 재산을 대학에 뭉텅 뭉텅 희사하는 분들이 늘어나 미래의 등불이 밝아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빈곤층, 막바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기부활동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사회가 어디로 갈는지? 자선모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후진사회일수록 거부들의 기부활동이 서민이나 중산층에 비하여 절대금액에서도 부진한 까닭은 무엇인지? 아마도 이 같은 현상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는 하나의 반증인지도 모른다. 정경유착, 담합, 내부자거래, 중소기업 뜯어먹기, 탈세 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살얼음판을 건너면서 축적한 부를 남을 위하여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다면 지저분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체면이나 양심의 응어리를 같은 것을 물질로 채우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가? 아무리 쌓고 쌓아도 허기진 그 욕망의 세계, 그 완성될 수 없는 바벨탑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닐까? 기부활동이 활발한 선진사회 특색의 하나는 부의 축적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오히려 사회발전의 덕택이라고 생각하는 부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지 않고 공동체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부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생각건대, 땀 흘려 일하는 그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며 비할 수 없는 행복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일군 사람의 한사람"인 워런 버핏도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생에서 일 자체의 기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덧붙이면, 돈은 일하는 기쁨 뒤에 자연히 따라오는 전리품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물론 이 같은 이상적 논리는 빈곤으로부터의 공포가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부가가치 창출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쌓아 올린 부는 자랑스러운 열매다. 그리고 일하는 과정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 그 결과에 대해 미련과 집착할 까닭이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니 그 열매를 사회가 더 밝아지기를 기대하며 사용할 때, 그 기쁨과 자랑의 금자탑은 더 우뚝 서고 더 빛나게 된다.

주변에서 보면 남모르게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밝고 여유롭게 비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아마도 자신이 포기한 조그만 효용의 대가가 다른 이에게는 몇 배 큰 효용을 줄 수 있다는 확신과 그에 따른 기쁜 마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실이지 우리가 시각을 조금만 넓게 하면 기부행위를 통하여 사회의 총효용을 확대하는 일은 생산증대와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부가가치 창출의 또 다른 방법이다. 땀 흘려 번 돈의 효용을 가능한 크게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적동물의 참된 경제적 행위라고 생각하면 답이 바로 나온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자선행위는 남을 위하기도 하면서 결국 자신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바로 변하지 않고 반짝이는 금자탑을 쌓는 일이다.

한 번 잘못 판단하면 누구든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 시대에 자선활동은 너와 나를 위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한 갈래 길이다. 세금 마일리지, 기부 마일리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을 많이 도운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여 생계의 위협을 받을 경우 그 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로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 받는 다면 사람 사는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인간세계에서 영원히 미완성일 바벨탑과 반짝이며 빛나는 금자탑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마도 무지와 탐욕의 늪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백 냥짜리 금자탑이 만 냥짜리 바벨탑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깨달음만 가진다면 누구나 바벨탑과 금자탑 사이를 풀쩍 건너뛸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얼마 전 서울 맹학교에서 펼쳐진 한글점자 기념일 행사에서는 참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웃에 사시는 90대의 윤 할머니께서 골동품 감정 일을 하면서 모아온 5억원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선뜻 회사하였다. 노욕을 가지거나 치기를 부리기 쉬운 그 연세에 그와 같은 결단을 내리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한참 생각해보게 된다. 더군다나 고향 언덕이나 유명대학 교정에 이름 석 자를 새긴 기념비를 세우는 일도 없는데... 그 금자탑은 여러 사람들 가슴 속에서 환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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