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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기자수첩]타미플루 포비아

새벽 2시, 아들이 깔깔 웃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A형 독감 판정을 받고, 타미플루를 먹여 재운 시간이 오후 10시. 4시간 만에 깨어난 듯했다. 아이는 어두운 방, 침대 위에 앉아 웃고 있었다. 뭔가 섬뜩했다. 부모의 직감이었는지 침대에서 일어서려고 하는 아들을 품에 안았다. 아이는 계속 웃고 있었는데 허공을 바라보는 눈에는 흰자가 더 많이 보였다.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다시 재운 후에도 곁을 떠나지 못했다. 이상한 밤이었다. 다음 날,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섬망에 시달리다 벌어진 일이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아이 웃음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잤다면, 그날 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타미플루 처방전을 받으면서 내성이나 부작용 걱정은 없는건지 의사에게 물었었다. 그럼 먹이지 않을거냐는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엄마들은 참 쓸데 없는 걱정이 많아. 아이가 이렇게 괴로운데 낫고 봐야죠"라는 말에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보건당국은 이미 10년 전 이상 행동에 의한 사고 위험성을 타미플루 경고 문구에 넣었다고 했지만 소비자는 알 길이 없었다. 우리가 겪는 의료의 현실은 이렇다.

타미플루 포비아(공포증)가 빠르게 확산되지만 의약품 제조사나 보건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세 이상 소아 환자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를 수 있다"는 애매한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것이 전부다. 필자의 아들은 8세다. 1~2세 유아들도 이상 행동을 했다는 증언이 잇따르지만 원인이 고열인지, 타미플루인지도 밝혀진 바 없다. 타미플루는 여전히 처방되고 있다.

부모들의 두려움은 더욱 크다. 독감을 앓는 아이를 약 없이 버티게 하거나, 부작용을 무릅쓰고 타미플루를 먹이거나, 아픈 아이를두고 가혹한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그 선택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요즘 엄마들의 쓸데 없는 걱정이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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