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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올해가 마지막" 40년 터전서 쫓겨나는 서울 청계천 공구상인들

서울 중구 청계천 공구상가 밀집 지역에서 공구상을 운영하는 이상순(65)씨가 업무를 보고 있다./석대성 수습기자



"청계고가 철거, 청계천 복원공사에 적극 협조했는데 막상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재개발을 할테니 수십년 지켜왔던 생업의 터를 떠나라는 것이다."

지난 11일 아침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에서 공구상을 운영하는 이상순(65)씨가 가게 문을 열고 있다. 이씨 책상 뒤에는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조끼가 걸려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돈을 벌겠다'는 생각 하나로 1972년부터 청계천에 있는 공구상에서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이씨는 8년만인 1980년에 지금의 가게를 마련했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지켜온 자리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씨는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로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게 됐다"며 "서울시가 70년대 산업 역군들을 대책 없이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운지구 일대 가게는 대부분 비어 있는 상태다. 일부 건물은 벌써 철거에 들어갔다. 셔터가 내려진 몇몇 가게엔 옮긴 곳의 위치를 알리는 약도나 '재개발 결사반대', '단결투쟁'을 써붙인 종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1979년 세운상가 일대(종로구 종로3가동 175-4 일대 43만8585㎡)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오세훈 시장 시절인 지난 2006년 10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에 따라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다 2013년 6월 박원순 시장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서울시 목표는 세운지구를 ▲도심산업의 발전적 재편 ▲역사문화와 조화되는 도심관리 ▲점진적 정비를 통한 지역 커뮤니티 보전 등을 통해 '창조문화산업중심지'로 조성하는 것이다. 이후 서울시는 종로구·중구와 분야별 전문가 등을 특별팀으로 구성해 주민 면담을 거쳐 재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이곳에는 2023년까지 대규모 주상복합 아파트 등이 들어선다.

서울 중구 청계천 주변에 있는 상가 건물 셔터에 '단결투쟁'이라고 써 있는 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석대성 수습기자



문제는 서울시가 주민·건물주와는 재개발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공구상가 등 상인들과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청계천 2~4가에만 1만개 가량에 달하는 점포에서 약 4만명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상인들은 인근에 대체 공구상가를 마련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안도 없이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비대위는 4개로 나눠 구역별로 운영 중이다. 일부는 이달 초부터 충무로 효봉빌딩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그곳은 재개발 시행을 맡은 한호건설이 위치한 곳이다.

37년간 공구상을 운영한 허모(65)씨는 "한호건설이 손해배상소송을 하겠다고 상인들을 협박까지 했다"고 귀뜸했다. 실제, 지난 9월 한호건설은 합의하지 않은 상인 60여명을 상대로 1인당 3억원의 손배소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허씨는 당시 소송 내용증명서류를 보여주며 "한호건설 소송에 대부분이 겁을 먹고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했고, 이후 (한호건설이) 소송을 취하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12일에도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효봉빌딩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 등을 낭독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지난 5월에도 대규모 시위를 했다.

당시 비대위는 "서울시가 '도심 쇠퇴'라는 미명하에 생계를 말살하려 한다"며 "상인들을 위한 대책안을 수립하고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현장을 찾은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관계자는 "세입자 대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비대위가 박 시장에게 전하는 호소문을 받아가기도 했었다. 현재 행정2부시장실로 부서를 옮긴 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시장실 비서관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며 "대안을 모색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2부시장은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다만, 상인들을 내보내는 것에 법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계약갱신 요구 등을 명시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10조 7호에 따르면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계획에 따르는 경우나 건물이 노후·훼손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LNC 신유진 변호사는 "건물 노후로 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정받은 경우 임대계약은 갱신하지 못한다"며 "법적으로 따졌을 때 (상인들이)보호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김승호 기자·석대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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