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이 사전예약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이마트
#. 회사원 A(32)씨는 돌아오는 주말, 마트 원정을 나설 계획을 세웠다. 설에 시댁과 친정에 들고갈 선물세트의 시세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지난 추석, 사전예약 기간에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가 비싼 금액에 구매하는 낭패를 봤기 때문에 일찍부터 구입할 품목표도 작성했다.
대형마트들이 크리스마스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 시동을 걸었다. 두달 가까이 남은 설 선물을 벌써부터 판매하는 이유는 소비심리 악화로 소비 위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다 쉽사리 지갑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계획된 소비를 지향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마트들이 일찍부터 행사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것이다.
사전예약판매란, 매장에 선물세트 실물 상품 진열이 일제히 이뤄지면서 본격 명절 영업을 벌이는 본판매에 앞서 생활/통조림 등 일부 선물세트 상품만 매장에 진열된 상태에서 카탈로그를 통해 상품을 고르고 사전 구매에 대한 할인혜택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통조림세트, 샴푸세트 등을 사전에 대량구매하는 법인고객을 주 대상으로 했었지만, 최근에는 계획 소비를 위해 미리 구매에 나서는 개인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최근 유통업계는 사전예약판매 기간을 늘리고 할인혜택도 강화하는 추세다.
이마트는 설을 54일 앞둔 13일부터 1월 23일까지 총 42일간 이마트 전국 153개 점포와 이마트몰을 통해 총 560여종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 돌입한다.
지난해 설 예약판매보다 D데이 기준 4일 더 앞당긴 시점에 사전예약판매를 시작하고, 행사 기간도 7일 더 늘어났다.
행사카드로 인기 세트를 구매하면 최대 4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기간별/금액대별 최대 15%에 해당하는 신세계 상품권도 증정한다.
기간별로 지급율에 차등을 둬 선물세트를 일찍 구매할수록 더 많은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얼리버드'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이마트는 명절 분위기에 군불을 지필 전망이다.
실제 이마트의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 비중은 2014년 10%에서 올해 설에는 26%로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행사 기간 역시 21일에서 42일로 2배 늘어났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해 25%에서 올해 설에는 비중이 27%로 늘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6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50일간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에 나선다.
사전예약 판매 품목 수는 지난 추석 때 대비 100여 종을 줄여 200여 종을 선보이는 대신, 고객 선호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물량은 20% 가량 늘리고 할인 혜택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신선식품 선물세트를 중심으로 사전 물량 계획을 통해 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추가로 가격을 인하했으며, 롯데, 비씨, 신한, KB국민카드 등 10대 카드로 결제 시 최대 4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24일까지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전 채널을 통해 설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를 실시한다. 총 300여 종 상품을 준비했으며 행사카드 결제 고객 대상으로 최대 30% 할인, 최대 150만원 상품권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예약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명절 선물문화도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얼리버드 고객들이 사전예약판매를 활용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 선물 사전예약판매 수요가 예전과 같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에는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 많은 유통채널에서 명절 선물 사전예약판매를 실시하고 있고, 명절 선물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기업들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사전예약판매 수요가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