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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르포]로또하는 사장님, 돈 갖고 튀는 알바생…경기침체·임금인상에 연말 대한민국은 잿빛

[b]본지 수습기자 3인 서울지역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 누벼[/b]

[b]최저임금 급등, 인력난에 70%만 주는 '수습 알바' 고육지책도[/b]

[b]일자리안정자금, 사장이나 알바생이나 원치 않아 활용도 낮아[/b]

[b]내수 활성화 위한 근본 해결책 없인 '밑빠진 독에 물붓기' 한계[/b]

연말을 맞은 상가 밀집지역이 한산하다./손진영 기자



취재를 하기 위해 서울시내에 있는 한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A사장님이 직접 로또를 하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장님이 로또하는 거 처음봐요. 1등 되시면 뭐 하시려구요."

기자의 질문에 사장님은 대뜸 "가게 접고 은퇴하렵니다"라며 쿨하게 받아친다.

연배가 좀 있으신 것 같아 물었더니 "1948년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저임금이 올해와 내년에만 27.3%나 오른데다 경기 침체까지 길어지면서 칠순이 넘은 편의점 사장님이 기댈 곳은 로또밖에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자 A사장님은 "그것 때문에 미치겠다. 가게는 안돌아가는데…"라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3개월 수습 알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뭔가싶어 되물었다.

그러자 A사장님은 "3개월까진 최저임금의 70%를 주고 3개월이 지난후엔 최저임금에 맞춰 시급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을 시킬만하면 알바생이 도망을 가고,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벅차다보니 불법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실제 몇년 전엔 고용한 알바생이 티머니에 100만원을 충전하고 도망갔던 씁쓸한 경험도 했다.

알바생을 3개월 이상 묶어놓고, 비용도 줄이기위한 편의점 사장님의 경영 노하우인 셈이다.

취재를 하는 중에 편의점을 여러개 운영하는 B사장님도 만났다.

"돈 좀 버시겠는데요"라고 묻자 그에게 대뜸 돌아온 답은 "운영하기 힘들다. 알바생 돈 주려면 가게를 하나 팔 수밖에 없다. 편의점은 하지 마라"는 충고였다. 실제 B사장님은 편의점 한 곳을 팔기 위해 매물로 내놨다.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올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은 신청할 엄두도 내질 못하고 있다.

B사장님은 "4대 보험을 적용해야하는데 우린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C사장님은 "최저임금 올리면 4대 보험료나 퇴직금도 다 인상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으로는 턱도 없다"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손진영 기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그렇지만 알바생들이 꺼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 마포에서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D씨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려면 4대 보험이 꼭 필요한데 알바생들이 안하려고 하더라"며 "세금떼이는 게 싫다는 거다. 올해 관련 정책이 바뀌었다는 안내를 보고 상담전화도 해보려 했지만 도움이 안될 것 같아 그만뒀다"고 전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해 활용하고 있다는 사장님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한 떡볶이가게 사장님은 "받아도 그만, 안받아도 그만인데 하도 (일자리안정자금을)받아쓰라고 해서 신청해 받고는 있다"면서 "(주는 돈은)새발의 피다. 2014년에 세월호 사건부터 메르스, 그리고 사드 등 자영업자들에겐 악몽의 시기였다. 최저임금은 문제 하나 더 얹은 것 뿐이다. 부스러기 돈을 이런데 쓰지 말아야 한다. 경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정책의 포인트가 뭔지를 (정부는)잘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질 않고 최저임금 등 비용만 늘어나다보니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람을 줄이는 대신 자신의 몸으로 때우는 것 뿐이다.

한 때 자신을 포함해 5명이 일했던 떡볶이가게도 지금은 사장을 포함해 2명으로 인원을 줄였다.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음식점 사장님은 "상권도 죽었고, 최저임금 때문에 두달 전까지 쓰던 알바생도 쓸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직원도 한 명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님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 줄이는 분위기다. 앞집도 옆집도 마찬가지"라면서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매달 나흘이 휴무인데 생리휴가를 달라는 분도 있고, 회사가 아닌데도 원하는 것이 더 늘어난 상태"라고 전했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없어진 자리는 셀프주유기가 차지하고 있다. 주유소 사장님들은 한 대에 1000만원을 육박하는 셀프주유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임금이 계속 올라가기만하고, 관리하기 쉽지 않은 알바를 생각하면 중장기적으로 차라리 셀프주유기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등촌동 H주유소 사장님은 "내년엔 셀프주유소로 바꿀까 한다"면서 "외곽에 있다 보니 손님도 많지 않아 주말 장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 업종은 모두 다르지만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우울하지 않은 곳은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은 알바생인 시간제 근로자 3명에게 4대 보험과 주휴수당을 모두 적용하고 있다. 이 편의점 점장은 "물가가 오르고 근로자 임금이 여전히 낮은 것을 생각하면 최저임금은 오르는 것이 맞다"면서도 "(일자리 안정자금 등)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그만큼 들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꼼수를 쓰는 주인들 입장도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지난 8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를 맞으면 집회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편의점 업계에선 담배만 잘 팔리는 곳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속설이 새로 생겼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팔면 432원이 마진이다. 여기서 카드수수료, 가맹본사 수수료 등을 빼면 실제 가게 주인에게는 200원 정도가 돌아간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 1시간에 42갑의 담배를 팔아야 그나마 알바생 일당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담배만 잘 팔린다고 좋아할 일은 아닌 것이다.

사장님들뿐만 아니라 괴롭기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알바생은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6000원을 받고 일했는데, 그것마저 두 달이나 밀려서 그만두고 여기서 일하고 있다"면서 "앞 시간대 알바생은 15만원을 들고 도망갔다가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하루에 한 두번씩 꼭 들르는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 2018년 12월 우리 주변 풍경은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다. /김승호 기자, 배한님·석대성·홍민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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