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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일반

[대한민국 회계잔혹사]④이현령비현령…거세지는 IFRS 무용론

한국보다 빨리 지난 2005년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필리핀. 필리핀 경제 발전에 있어서 외국인 투자는 절실했고, 재무보고서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IFRS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였다. 그러나 국제적인 시각에서 필리핀의 회계 신뢰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하거나 예외로 두는 조항이 너무 많아서다.

2011년 IFRS를 전면 도입한 한국. 회계신뢰도를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겼지만 필리핀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나쁘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상장하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4위까지 올랐던 기업에 회계처리 기준을 어겼다며 '고의 분식회계' 판결이 내려졌다.

IFRS는 세세한 규정이 없이 원칙만 제시한다. 자율적 판단이 한국에 와서는 이현령비현령의 빌미가 됐다. 금융당국의 판결에 기업은 불복하고, 법원에 가면 판단은 또 달라졌다. 회계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취합



◆ "차라리 룰 베이스로 돌아가야"

과거 분식회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는 사안 자체가 다르다. 매출을 부풀리거나 부실을 숨겼던 과거 전통적인 분식회계와 달리 이번엔 회계처리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서로의 의견이 달랐을 뿐이다. 원칙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회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IFRS의 특성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하나하나 세세한 규정을 두는 미국회계기준(US GAAP)과 달리 IFRS는 원칙만 제시하고 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한 이후 그 근거만 충실히 제시하면 된다"며 "이번처럼 판단 자체를 당국이 하려고 나설 경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은 물론 감사인도 향후 판단이 달라질 위험까지 고려해야 하게 됐다"며 "차라리 IFRS 도입 이전에 세세한 룰 베이스(rule-base)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증선위 결정에 불복"

자율적인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다보니 기업도 승복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는 "당사는 증선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입장이므로 증선위의 조치통보서가 송달되는 대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측은 "증선위는 2012년부터 지분법 회계처리를 해야하는 이유로 에피스의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에 대한 바이오젠의 '동의권'을 공동지배권으로 해석했지만, 이는 통상적인 합작계약서에 나타나는 소수주주권"이라며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권이 아니라 합작사인 에피스가 바이오젠의 경쟁제품 출시·판매를 막기 위해 요구한 '방어권'에 해당되므로 2012년 설립 당시에는 지분법 적용이 아닌 연결회계 처리가 타당하다"고 자율적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삼성바이오의 불복에 권위가 떨어진 금융당국 역시 재반박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됐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소명내용과 함께 IFRS, 금융감독원의 방대한 조사내용, 증거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회사가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며 "회사가 증선위 결정내용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 주장을 되풀이하기 보다 상장실질심사 대응 등 투자자 보호에 성실하게 임해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판단하기 나름…이현령비현령?

회계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터져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IFRS는 회계처리 판단에 있어 '모든 사실과 상황을 고려하라'고 되어 있다"며 "당국이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논의한 모든 자료와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와 삼성바이오가 질의한 회계전문가들에게 제시된 사실과 상황은 삼성바이오의 기존 회계처리 방향이 맞다고 했을지라도 증선위에 제시된 사실과 상황은 반대의 방향이 맞다고 할 수 있다"며 "IFRS를 적용하는 환경이라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법원에서의 판단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결정 직후 소송방침을 밝힌 것도 그래서다.

처음부터 원칙 중심의 IFRS 도입이 한국에 도입된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한 공인회계사는 "어떤 회계기준을 선택했는지를 떠나 회계처리나 판단의 주체는 기업이며, 감사인은 절차가 제대로 됐는지만 봐야하는데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를 보면 감사인이 회계처리의 여러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IFRS 도입 전에 기업이나 감사인들의 인식이 선진화가 먼저 이뤄졌어야 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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