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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정신감정 이제 시작인데…김성수 감형 논란에 소수자 ‘낙인’ 우려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에 대한 '심신미약' 논란이 소수자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피해자·가해자가 될 경우 법원의 판단에 앞서 동정과 엄벌 여론의 극단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김성수(29)씨가 서비스 불친절을 이유로 이곳에서 일하던 신모(21)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김씨가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낸 사실이 알려지자, 한 시민이 1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언제까지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이런 단어들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느냐"며 엄벌을 요구했다. 청원 추천인은 22일 오전 86만명을 넘어섰다. 30일간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는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등 정부·청와대 관계자가 답해야 한다.

여론이 들끓자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피의자 김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김씨는 이날부터 1개월간 충남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는다. 피의자의 정신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일정 기간 의사나 전문가의 감정을 받도록 하는 감정유치 제도에 따른 조치다.

◆이영학 감형사유 '책임주의 원칙'

비정상적인 심리상태를 이유로 감형된 사례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9월 30일 딸을 통해 A(당시 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낮에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지만 교화 가능성을 본 2심이 지난달 6일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당시 법원이 내세운 감형 근거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이다. 책임주의는 18세기 이후 형성된 근대형법의 기본 원칙이다. 이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행위할 능력이 없는 자를 비난할 수 없으므로 형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영학을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해 최고형인 사형에 처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형사재판 선고에서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형사정책연구'에 따르면, 법원이 피고인을 전문감정기관에 유치해 정신감정을 시행한 건수는 2016년 521건이었다. 피의자가 정신장애인인 사건 가운데 경찰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7672건 대비 5.9%에 불과하다.

같은해 피고인의 심신장애 여부가 1심 판결문에 언급된 사건은 501건으로, 이 가운데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는 93건이었다. 같은 기간 1심 판결이 내려진 전체 형사사건 피고인 26만8510명 가운데 심신장애가 인정된 경우는 0.03%에 그쳤다.

연구를 맡은 유진 부연구위원은 논문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정신장애가 고려되는 범위가 점차 축소되는 양상"이라며 "피고인의 책임능력이라는 쟁점은 정신장애에 대한 형사사법체계의 다양한 대응양식 가운데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사건보다 '소수자 전반' 살펴야

중대 범죄 피의자는 전문의의 정신감정과 법원 판단을 받으므로, 정신질환 유무 자체가 감형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정신의학이 아닌 형법상 개념인) 심신미약상태의 결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과 심도 있는 정신감정을 거쳐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는 매우 전문적이고 특수한 과정을 거친다"며 "현재 가해자는 심신미약의 여부는 물론, 정신감정을 통한 정확한 진단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의 범죄행위가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라거나,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혼동하여 마치 감형의 수단처럼 비추어 지는 것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이들에 대한 또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판단력 있는 행위자에게 책임 지우기 위한 형법 원리를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소수자 보호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지적장애를 가진 형을 폭행한 택배기사에게 사람들이 엄청난 분노를 표출했는데, (형사사건에서) 심신장애 인정을 반대하는 태도는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말 못하고 지내고 있을 소수자의 소수성과 취약성은 (법원이) 형법의 자기책임 원리를 인정하기 위한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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