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인사

[홍경한의 시시일각]부쩍 증가한 ‘북한’ 관련 전시들



불과 6년 전만 해도 '김정은 부인 리설주' 또는 그저 '리설주'로 표기하던 일부 언론은 이제 '리설주 여사'라며 높여 부른다. 김정은이 백두산에서 선보였다는 '손가락 하트'는 여러 SNS상에서 '파격', '최초'라는 이름 아래 친근함의 상징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곳에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외국 공항에서 독살한 독재자 김정은은 없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학살한 북한정권의 역사는 자취를 감췄다. 수백만 명의 아사자를 낳은 경제파탄의 주범, 최악의 인권국가인 북한은 그저 영화 '공작' 속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난다.

과거야 어쨌든 오늘의 북한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이미지 세탁에 성공하는 듯 보인다. 뭔가에 홀린 듯 김씨 세습 왕국이 단 2년 만에 '살가운 나라'처럼 꾸며지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물론 이 모든 건 급변하고 있는 남북한 화해 무드 영향이 크다.

북한은 실리적 이익도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4.27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3차 남북정성회담에 이르는 동안 철도, 도로, 건설,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플랜을 추진하기로 했다. 모두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국민혈세가 투입될 사업들이다. 그러나 정작 세금을 내야할 국민 동의에는 세심하지 못하다. 일단 저지르고 호소할 모양새다.

부쩍 달아오른 남북교류에 문화예술이 빠질 리가 없다. 10월로 계획된 평양예술단 서울 공연 추진,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유치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블랙리스트 팔아 장관됐다고 수군댈 만큼 한국 문화예술계 민심은 흉흉한데 북한 인민들의 민심까지 읽고 오느라 수고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얼굴을 내밀 행사들이다.

요즘 한국 미술계 역시 '북한'은 핫한 키워드이다. 그만큼 전시도 활발하다. 지역의 한 전시공간에선 남북 화가들이 그린 금강산 비경 전이 개최 중이다. 최근 막을 올린 한 아트페어는 북한자수의 최고봉이라는 평양수예를 포함한 북한미술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모 미술관은 다음 달부터 북한 기행전을 연다. 이밖에도 북한을 다룬 사진전 등, 북한 관련 전시들이 앞 다퉈 포진하고 있다.

허나 '북한×미술'의 정점은 비엔날레다. 부산비엔날레 출품작의 적지 않은 수는 북한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시 장소인 부산현대미술관 입구에서부터 전시장 내 구석구석까지, 북한을 다룬 작품은 쉽게 눈에 띈다. 조금 과장하면 "할 얘기가 북한 밖에 없나" 싶을 정도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예 섹션 하나를 북한 선전화로 채웠다. 북한 작가가 그렸다는 그림의 다수는 잘 그렸지만 좋은 그림은 아니다. 어색한 설정에 내용은 작위적이다. 사실주의 기법으로 북한이 처한 사실은 은폐하고 있음을 눈치 채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북한 관련 전시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북한을 낭만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빼어난 자연풍경 뒤에 감춰진 현실은 언급되지 않으며, 단골 주제인 평화 및 안보가 통일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도 간과하거나 애써 우회한다.

또 하나의 유사점은 연구된 성과로서의 전시라기 보단 남북한 화해 분위기에 편승한 전시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간간이 국내 소개된 적은 있지만, 북한 관련 전시들이 이처럼 짧은 기간 내 갑자기 증가한 것도 최근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깊은 철학과 창의성 없이 시류에 부합하는 전시는 의미 있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대성을 고찰할 틈이 작고, 보여주기에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그건 단지 이미지의 영역이다. 정치든 전시든 소비되고 휘발될 이미지의 범람은 여러모로 피곤하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