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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113)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정치평론가·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세상의 모든 일은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먼저든 남이 먼저든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내가 먼저 어떤 액션을 취했을 때 이에 따라 세상의 것들도 반응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다. 가령 엘리베이터를 타는 경우 내가 알던 모르던 먼저 인사를 하면 상대도 수줍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반대로 이웃과 눈을 마주치고도 무표정한 내 태도에서는 서로 어색함만 증가할 뿐 상대가 먼저 내게 상냥하게 인사를 건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스스로 능동적인 태도를 취할 때 결국 세상의 것들도 나를 중심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은 누구나 알 것이다. 역시 내가 먼저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대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상대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러하고, 비즈니스 관계도 그러하고, 정치적인 협상을 할 때도 이 법칙은 웬만하면 거의 적용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모든 관계는 모든 경우에 암묵적인 협상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작은 것을 먼저 제공하고 큰 것을 얻는 지혜를 터득하는 사람이 결국 큰 사람이고 매사에 이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알량한 자존심이 결코 밥 먹여주지 않는다.

대부분 운전을 할 때 본의 아니게 예민한 상황이 발생한다. 자신이 잘못하고 차선을 막는 사람도 있고 창문을 열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방통행 도로에서 잘못 진입한 차량이 제대로 진입한 차량에게 버티듯이 후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지하철에서 상대를 밀치거나 발을 밟고도 사과는커녕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인상을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고와 행위로는 사실상 자존심이 서는 것도 아니고 이기는 사람으로 보여지지도 않는다. 그냥 미성숙하고 불쌍한 사람임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이 자연적으로 나이만 먹는다고 다 성숙한 것은 아니라는 게 필자의 평소 생각이다.

얼마 전 필자는 듣도 보도 못한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 필자의 지인인데 속내를 터놓을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아는 정도의 고향 선배이다. 오래 전에 그냥 한두 번 필자가 밥을 사고 필자의 저서를 선물했던 정도의 사이이다. 물론 연배는 한참 위인 분이다. 어느 날 바쁜 와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자신의 조카딸이 필자가 했던 것처럼 통역관이나 외교관이 되기 위해 고시를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그런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다. 그런데 요구하는 것이 필자가 대학 때 공부했던 책에 싸인과 편지를 써서 자신의 조카딸에게 선물해 달라는 것이다. 바쁜 와중에 받은 전화이기도 하고 관계상 혈연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요구는 좀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통 크게 마음먹고 그렇게 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바쁜 일정으로 '근간 한번 들러야지'간간이 기억만 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그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소식 없고 무심한 김민 박사"라는 내용이었다. 여러 업무도 바쁜데 지방강연 일정까지 겹쳐 끼니도 거르며 동분서주 하는 중에 그런 문자는 사실 정말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온전히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것은 공인에 대한 일종의 갑질 외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또한 필자가 상대적으로 공인이라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점쳐지는 예비정치인으로 보는 시각에서 상대의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사고에서 표출된 태도임이 분명하다. 그 또한 넓은 마음으로 이해는 하지만 세상의 그런 이기주의와 관계의 그릇됨에 적잖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의 의미를 우리가 각자 한번 씩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웃을 때 거울도 웃는다. 내가 찌푸리면 거울도 반드시 찌푸린다. 내가 상대를 을로 보면 상대도 나를 을로 본다. 그렇게 보면 유권자들의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반응도 적잖은 모순이 존재한다. 우리를 대변해 줄 우리 지역의 역량 있는 일꾼들을 깨질까 다칠까 아끼는 마음은 전혀 없고 결국 각자가 자신의 이권에만 혈안이 되어 상처주고 괴롭히고 너무 일찍 을로 만들어 버리지는 않는지 말이다. 한 가지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세상에 을로 대접받기 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내가 싫은 것은 남도 싫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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