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정책

"정책공조 필요하지만...중앙은행은 독립된 '인플레 파이터' 인식 줘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014년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지금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았다"고 했다. 이주열 총재에게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하지만 이 총재는 한 포럼 강연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중장기적으로 가계 부채가 늘어나 소비가 줄 수 있다"며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맞불을 놨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단순히 금리정책의 다양한 효과를 소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발언 시점상 금리인하를 주문하는 기재부를 견제한 것 아니냐며 시장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소신은 딱 여기까지였다. '척이면 척'이었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석 달 동안 한은은 두 번이나 금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금리는 8월 2.50%에서 10월 2.0%까지 떨어졌다. 현오석 부총리 시절 1년 3개월 동안 2.50%를 고집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례적이었다는 평가였다.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로 도로 돌아가나…." 4년전(2014년) 이주열 총재의 모습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정책을 써야 한다"며 금리 동결을 압박했다. 이 총재의 결정에 따라 '청와대와 이주열이 손을 잡았다', '한은이 기재부에 화답했다', '재정(2019년 470조5000억원)과 통화가 하나가 됐다' 등의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 시장 한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한은이 독자적인 통화판단을 했다기보다 정부 정책에 순응한 것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며 박근혜정부 시절 한은을 떠올렸다.

◆ 8월 동결 무게…금리 인상 정책 때를 놓치다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것이 이주열 총재의 지론이다. 하지만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31일)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이들은 드물다. 연 1.50%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HSBC는 최근 고용 부진을 들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8월에서 11월로 늦췄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노무라, JP모건 등 다른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보고서에서 대체로 4분기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최근 고용지표가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제팀에 "직을 걸라"고 발언한 것이 컸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에 악영향을 줄 조치는 취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파월을 잘못 봤다. 나는 그의 금리 인상이 달갑지 않다"는 말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 상통한다는 게 시장 지적이다.

한국 경제의 '뇌관'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각종 규제로 틀어쥐어도 자꾸 들썩이는 등 돈이 너무 많이 풀린 데 따른 문제는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렸다가 낭패(환율하락)를 볼 수도 있다.

시기를 놓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에선 경기가 더 나빠질 때를 대비해 금리를 올려둬야 한다지만 지금 이미 안 좋은 것 같다"며 "올해 초를 그냥 넘기면서 시기를 놓친 듯하고 지금은 한은이 경기부양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앙은행은 독립된 '인플레 파이터'란 인식 줘야"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찬성과 반대가 엇갈린다. 금리가 올라가면 시중 유동성(돈)이 줄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보다 1.8포인트 하락한 99.2였다. CCSI가 장기평균치인 100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3월(96.3)이후 17개월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오른다. 특히 인상 폭이 클수록 소득이나 보유 자산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가구가 직격탄을 맞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 말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부채를 진 전체 가구에서 3.1%를 차지했다. 고위험가구는 2016년 3월 말 31만2000가구에서 1년 새 3만4000가구 늘었다. 고위험가구가 진 빚은 총 금융부채의 5.9%(57조4000억원)로, 1년 새 1조원 가량 증가했다. 대출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오르면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 대비 고위험가구 비중은 3.1%에서 3.5%로 0.4%포인트 상승했다. 부채 비중도 전체의 5.9%에서 7.5%로 상승했다. 대출금리 상승 폭이 200bp가 되면 전체 고위험가구 비중은 4.2%까지 확대되고, 부채 비중은 9.3%에 달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가 상승해 기업 및 가계부문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다"며 "이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대출공급마저 감소하면 기업 및 가계부문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더 문제다.

박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상의 취약성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인상 시 자금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금리인상은 원화 강세를 가져와 환율이 하락한다. 무역전쟁과 신흥국 불안,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대기업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작은 경제위기에도 가계나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가뜩이나 가계대출이 많은 상태에서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또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덜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간 확대된 금리역전 차가 좁혀지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증시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금리를 동결한다면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사상 최저 금리'는 대외적으로 한국 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금리의 다양한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된다.

시장에서 더 걱정하는 것은 금리 정책에서 이 총재의 입장이 일관성이 없다는데 있다. 지금껏 한은의 금리인하와 동결이 한은 독자 판단이라기보다 정권에 편승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사실이다. 한은이 밀리듯 8월에 금리를 동결하면 설사 다음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더라도 정책의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 즉 정부에 휘둘려 금리정책을 손대는 것은 중앙은행이 될 수 있으면 금리정책을 안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이 경우 금리를 올리더라도 외국인들이 투자를 주저할 수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정부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주면서 경제 안전판 하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줄 수도 있다.

익명의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은 '폴리시 믹스(정책 공조)'가 절실하다"면서도 "중앙은행이 경기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금리인상 여부를 포함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했다고 시장이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