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존폐 논란, "문제는 刑 집행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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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존폐 논란, "문제는 刑 집행 구조"

최종수정 : 2018-08-23 23:57:06

노래방 손님을 말다툼 끝에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서울대공원 인근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변모 34 씨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노래방 손님을 말다툼 끝에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서울대공원 인근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변모(34)씨가 2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2심 판결을 앞두고 토막살인범이 검거되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뜨겁다.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지만, 징역형 집행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지난 21일 살인 및 사체훼손 등 혐의로 노래방 업주 변모(34)씨를 체포했다. 변씨는 지난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안양시 소재 노래방에서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후 사체를 절단한 뒤, 같은 날 저녁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날 경북 봉화에서는 공무원 2명과 이웃 주민을 엽총으로 쏜 김모(77)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쏜 총에 맞은 주민은 어깨를 다쳤고, 피해 공무원은 모두 사망했다.

다음달 6일에는 딸의 중학생 친구를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학(36)의 2심 선고가 열린다. 그는 자신의 딸과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옮겨 유기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캡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청와대 누리집 캡처

◆엽기살인에 "사형제 존속" 청원

한주 동안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이어지면서,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형제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의 청원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 청원자는 변씨와 김씨의 범행을 거론하고 "범죄자는 더이상 사람도 아니고 국민도 아닌 괴물"이라며 "범죄자 인권을 완벽히 박탈하고, 피해자를 보호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사형 집행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서도 사형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로 불린다. 하지만 사형 집행에 관한 집행유예인 '모라토리엄'이 선언된 적은 없다. 대법원은 1963년 사형제도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한 이래 같은 입장을 보인다. 다만 사형 선고에는 범행 동기와 잔악성, 교육 정도 등 다방면을 참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헌법재판소도 2010년 범죄발생 예방과 응보 등 효과가 있어 사형제는 정당하다고 결론냈다.

법조계 여론도 사형 집행으로 기울어 있다. 2016년 한국법제연구원이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전문가 법의식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59.2%가 사형집행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2015년 일반 국민 대상으로 조사한 사형제도 폐지 반대 의견이 65.2%인 점을 보면 낮은 수치이지만 사형제 유지가 아닌 '사형집행' 자체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다는 점에서 놀랄만 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015년 회원 1426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도 사형제 존치 의견이 53%(752명)로, 폐지 의견 671명(47%)보다 많았다. 존치 의견을 낸 응답자의 42%는 '흉악범에 대한 사형은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전 세계 사형수를 최소 2만1919명으로 파악한다. 엠네스티는 9시간마다 사형이 집행된다는 의미로 누리집에 시계를 게시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누리집 캡처
▲ 국제엠네스티는 전 세계 사형수를 최소 2만1919명으로 파악한다. 엠네스티는 9시간마다 사형이 집행된다는 의미로 누리집에 시계를 게시했다./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누리집 캡처

◆사형폐지 추세라지만…"단순비교 말아야"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형제 폐지 활동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9세기까지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형제가 시행됐지만, 사형 집행이 효과적인 범죄 억제보다는 생명권 침해 인식이 확산돼 사형 폐지국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국제엠네스티와 인권위에 따르면, 완전 사형폐지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106곳이다.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142개국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개 주가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에는 1·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사형제 폐지가 포함돼 있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함께 OECD 회원국 중 사형 집행을 지속하는 2개국 중 한 곳이다. 엠네스티는 전 세계 사형수를 최소 2만1919명으로 파악한다.

지난해 사형 집행 국가는 2016년과 같은 23개국으로, 최소 993건이 진행됐다. 이는 1989년 이래 최대치였던 2015년 1634건보다 39% 낮은 수치다. 사형선고 건수 역시 2016년 3117건에서 지난해 53개국 2591건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중국은 관련 정보를 국가기밀로 분류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형제 폐지 이유로 무고한 사람에 대한 사형이나 정치적 악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공안사범에 대한 정권별 사형집행 비율을 통계로 제시했다. 공안사범 사형 비율은 이승만(67.1%), 박정희(34%) 전두환(15.7%) 정권을 거치며 줄어들다가, 노태우 정권부터 사라졌다. 정적 제거 수단으로 사형제가 악용된 사례로는 1981년 내란음모혐의로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거론된다.

학계에서는 사형제 도입 여부를 외국과 단순 비교하지 말고, 실제 법 집행 구조의 차이를 살피며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각 범죄를 단순 합산해 형량이 불어나는 반면, 한국은 가장 중한 죄에 대한 형에 0.5배를 더하는 '경합범에 대한 법정형의 가산제'"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한국은 무기징역의 경우 보통 17년을 복역하면 감형돼 출소할 수 있다"며 "범죄자 격리 차원에서 징역형에 대한 근본적인 전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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