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받은 절도범, ..
  • 플러스버튼이미지
  • 마이너스버튼이미지
  • 프린트버튼이미지
  • 카카오스토리버튼
  • 밴드버튼
  • 페이스북버튼
  • 트위터버튼
  • 네이버포스트버튼

[이은숙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받은 절도범, 새 증거로 고소할 수 있을까?

최종수정 : 2018-08-23 17:03:03
 이은숙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받은 절도범, 새 증거로 고소할 수 있을까

Q: A는 자신의 지갑을 훔쳐간 B를 절도죄로 고소했다. B는 자신은 A의 물건을 훔친 적 없다고 변명했으나 여러 정황상 B가 지갑을 훔쳐간 것으로 판단한 검사는 B를 절도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B가 A의 지갑을 훔쳐갔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 A는 B가 A의 지갑을 훔쳐간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찾았다. 과연 A는 B를 다시 고소해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까?

A: 언뜻 보면 위 사례는 B가 절도범이 맞고, A가 억울한 경우이기 때문에 B를 다시 절도범으로 고소해서 처벌받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 326조는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판결로써 면소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해 확정판결이 난 사건과 동일 사건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다시 재판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른바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다.

재심제도가 있으니 다시 재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간혹 있다. 재심은 통상의 방법에 의해 상소할 수 없게 된 확정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때 피고인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따라서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라면 재심을 통해 피해자가 구제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A는 억울할 수 있으나, B가 기소가 됐을 때 모든 증거를 찾아 재판을 진행해야 했다.

그렇다면, B를 절도가 아니라 A의 지갑을 횡령한 것으로 죄명을 바꿔 기소하는 것은 가능할까. 우선 B가 A의 지갑을 가져간 상황같이 행위가 하나이고, 이에 대한 법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경우는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다시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가는 경우는 이처럼 단순한 경우가 아니고 이미 판결이 확정된 범죄사실과 새로 공소가 제기된 사건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법원은 "형사소송절차에서 두 죄 사이에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이 있는지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에 다라 판단해야 한다. 이는 순수한 사실관계의 동일성이라는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 이외에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 기본적 사실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5526 판결)"고 했다. 즉, 두 행위의 내용, 행위태양, 각 범죄의 보호법익, 죄질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은 음주소란 행위로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범칙금을 납부한 후, 음주소란 과정에 포함돼 있던 상해죄에 대해 공소제기가 된 사안에서 "소란행위와 상해행위가 범행장소가 동일하고, 범행일시도 같으며, 당사자 사이의 시비에서 발단한 일련의 행위임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양 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2003. 7. 11. 선고 2002도2642 판결)"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대부분의 사정이 이와 거의 유사하되 한 쪽이 '중상해'를 입은 사건에서는 "인근소란은 큰 소리를 내어 이웃을 시끄럽게 한 행위인데 반하여 중상해는 피해자의 신체를 상해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행하게 하였다는 것이므로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그 행위의 수단 및 태양이 다르고, 보호법익 및 피해법익도 다르며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범죄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1도6911 판결). 이는 같은 행동으로 2번 재판을 받게 하는 피고인의 불이익과 범죄에 걸맞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두 가지 법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해, 위의 질문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A(피해자)의 입장이라면 B(피고인)를 재고소하는 것이 동일한 사건에 대한 고소가 아님을, 내가 B의 입장이라면 이미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한 고소임을 주장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처방안이 될 것이다.


배너
많이 본 뉴스
핫포토
  • 페이스북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