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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생활 속 만연한 집단 이기주의] '서초동 학생 안 받는' 대치동 학원가, 강남 안에서도 '끼리 끼리'

학벌주의가 '다 함께 사는 나라' 망친다

- 논현동 중산층 "명품백 대신 학원돌리기" Vs 청담동 빌딩부자 "고작 대기업 보내려고?"… 시각차 뚜렷

- '학벌사회'가 부추기는 학연·지연… 다수가 꼴지, 피해자



#1983년 중학생이었던 양 모(48) 씨는 강북에 살다 강남 논현동으로 이사를 왔다. 양 씨는 다니던 성당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원래부터 논현동에 살던 아이들과, 새로 이주해 온 타지역 출신 아이들이 따로 어울린다는 것을….

#2018년 중3과 중1 두 아이를 둔 학부모 박 모(48) 씨는 친정이 있는 서초동으로 이사를 왔지만,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대치동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타 지역 아이들을 잘 받아주지 않아서다.

35년 전 강남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양 씨가 느낀 '끼리 끼리' 문화는 올해 중학생 자녀를 둔 강남 학부모 박 씨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학군으로 꼽히는 강남 8학군 학생이었고, 학부모다. 하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다.

29일 본지가 서울 강남구 학원가 관계자와 학부모, 교육계 전문가를 인터뷰한 결과 강남은 동네별 계층별 서로 배척하거나, 따돌리는 패거리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

학원비는 영어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까진 월 100만원이다. 국어·수학·영어·탐구 등 여러 과목을 배워야 하는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기본 사교육비가 과목당 월 100만원~200만원으로 형성된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의 이른바 '빌딩 부자'들 속에 살아가는 '보통 강남 학부도'들 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금액이다.

반포동과 대치동, 개포동 등이 모두 8학군에 속하지만 같은 동네 내에서도 계층간 차이가 크다. 일부 학부모들은 "고작 대기업 보내려고 아이들 공부시키겠느냐"고 하고, 다른 학부모들은 "서울소재 대학에에 보내, 대기업에 취업시키는 게 목표"라고 하는 등 자녀 진로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서초동 학부모 박 씨는 "약 3년 전 모 대기업 임원의 자녀가 한국에선 대학에 가지 못 할 성적이었는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면서 "월 1000만 원, 10개월간 1억 원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서초동 학부모 대부분은 명품 살 돈으로 아이들 학원비를 내느라 볼품 없는 행색을 하고 다니지만, 빌딩있는 집 등은 고액 과외를 시키거나 아예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면서 "강남이라고 모두가 강남은 아니다"고 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 각 동네별 학군 서열도 존재한다. 학원이 압도적으로 밀집한 대치동을 제일로 친다. 그 뒤로 압구정동, 서초동, 잠실동, 오륜동 등이 상위 그룹에 든다. 대치동 학원은 인근 학부모들에게 '대입 합격률이 높은', '다양한 사교육이 가능한' 학원이 많은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버스로 10분~15분 거리의 대치동 학원가로 항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반 배정 받기도 힘들다. 이른바 '대치동반'이 우선 배정되고, 나머지 지역 학생들이 최소 5명 이상 모여야 반 편성이 가능하다. 학교보다 학원이 학군을 만드는 모양새다.

'끼리 끼리 문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아이들 마음 속에는 상처로 남는다. 1980년대 강북에서 논현동으로 이사 온 양 씨는 "논현동 안에서도 빌딩을 몇 채 가진 집이 있고, 전세 비슷하게 사는 집도 있었다"며 "끼리 끼리 문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양 씨는 "시장경제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청소년기에 피해의식 같은 상처가 남을 수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린시절 학습된 계층간 벽은 '함께 사는 공동체'를 해치는 기제로 작용한다. 부유층과 서민이 각 계층을 이해하기 힘들게 하고, 이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학벌과 파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집요하고 견고한 불평등의 재생산 장치"라며 "서울대 입학을 삼수 끝에 실패하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한 학생이 신림동에서 음독자살한 사례가 있는데 학벌사회가 누구를 피해자로 만드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벌사회 폐단을 없애기 위해 독일 대학처럼 대학을 평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순위를 매기는 교육은 수많은 부작용이 뒤따른다"며 "운전면허처럼 몇 점 이상이면 대학 입학 자격을 주고 추첨제로 대학을 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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