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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청와대

[기자수첩]청와대 밖으로 나온 대통령



지난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종로구청 인근의 S호프집. 퇴근길을 재촉하던 직장인들이 호프집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가게 안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일부는 휴대폰으로 사진찍기 바쁘다.

유리창 너머로 문재인 대통령이 생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는 모습이 시민들에게는 연예인을 본듯 신기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합석한 시민들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 중소기업 사장, 편의점 주인, 청년구직자, 아파트 경비원, 책방 주인, 음식점 사장 등 정부로부터 간담회 요청을 받고 참석한 시민들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나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줄 알고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 시작시간인 7시가 임박하자 자리에 나타난 이는 다름아닌 문 대통령이었다.

'청와대에 갇혀 살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자청한 자리다. 문 대통령은 어차피 자리하는김에 취업, 최저임금, 자영업 등 경제 문제에 관해 현장의 진지한 이야기를 듣자고 참모진들에게 주문했다.

다만 자신은 아무런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말은 줄이고, 국민들의 말을 더 듣기 위해서다.

현장의 목소리는 문 대통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무겁고 진지했다.

"서점 26년째 하는데 (출판업계에선)얻은 것은 아내와 아들이고, 잃은 것은 빚이라고 한다."(서점주인)

"최저임금을 올려도 '알바'가 힘들다고 안온다. (알바가)MT간다고 하면 (깍듯이)'갔다오세요' 한다."(도시락집주인)

"자격증 3개 준비하고, 학원만 4개 다닌다. 교통비, 식비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87만원 든다."(취준생)

"최저임금 1만원이 목표냐, 1만원 이후엔 어떻게 할거냐 등 중장기적 시야가 필요해보인다."(중소기업 사장)

대통령이 휴가를 앞두고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는 가벼웠지만 내용은 엄숙했다. 시민들은 할 말도 많았고, 던져준 과제는 더 많았다.

청와대 밖에서 국민의 소리를 들은 이날 대통령의 파격은 끝이 아닌 시작이길 바란다. 높은 곳에 있으면 들어야 할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 듣고 싶은 말도 골라듣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자신의 말처럼 남대문 시장에서도, 인사동 거리에서도, 노량진 공시촌에서도 활보하는 대통령을 국민은 분명 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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