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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시킹' 집단이기주의가 경제 망친다] ⑤부녀회의 아파트 가격 담합

최종수정 : 2018-07-23 11:38:29
집주인 설득, 담합해 호가 높이기 만연…직거래 물건 등 법적 처벌 쉽지 않아
서울 지역 아파트 외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채신화 기자
▲ 서울 지역 아파트 외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채신화 기자

#. 김 모 씨(38)는 구입하려던 A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고는 좌절했다. 최근 6개월 만에 시세가 1억원 가까이 오른 탓이다.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담합도 있었다. 아파트 부녀회와 인근 부동산이 담합해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올린 것이다. 결국 김 씨의 '내 집 마련' 꿈은 올해도 무산될 위기다.

집단 이기주의가 아파트값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아파트 부녀회의 '가격 담합'이 대표적이다. 거주 아파트 단지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는 쉬쉬하고, 호재를 과장해 입소문 내는 것은 다반사다. 여기에 집값을 올리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가격을 담합하고 호가를 높여 부르는 행태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23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1~6월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4만4371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9%(2만6547건)나 증가했다.

신고 사유 유형별로는 가격 정보가 사실과 다르거나 프리미엄 미기재 등에 해당하는 '허위 가격'이 2만3869건으로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이는 특정 지역 입주자카페나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호가 담합'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녀회의 가격 담합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목표 집값과 행동 지침 등을 구체화한 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협조를 종용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입주자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가격을 담합한다. 이후 일정 가격 이하의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을 찾아가 설득한 뒤 매물을 거두거나,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 일정 가격 이하 매물은 거둬줄 것을 요구한다.

허위매물 신고 및 패널티 부여 중개업소 등. 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 허위매물 신고 및 패널티 부여 중개업소 등./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또는 입주민들에게 협의가 된 특정 공인중개업소를 이용해달라고 권유하거나 단지 내 방송 등을 통해 물건을 급매로 싸게 내놓지 말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선 인근 단지 시세에 맞추기 위해 입주자대표위원회에 공인중개사와의 만남을 부추기거나, 포털사이트 허위저가매물 신고 활성화를 유도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행태에 부동산 중개업소도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및 정상적 거래 회복을 위한 국토교통부와의 간담회'에서 공인중개사협회 일부 회원들은 "지역별 집값 담합은 중개사가 아닌 아파트 단지 부녀회 등에서 주도하고 있고, 물건 의뢰 철회 압박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공인중개사협회와 함께 공인중개사에 대한 집값 담합 강요 행위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사협회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이나 '공인중개사법'에서 호가 담합을 강요하는 행위를 중개사에 대한 업무방해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의 집값 담합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는 미비한 상태다. 집값 교란 행위는 서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애꿎은 수요자들만 내 집 마련에서 좌절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판교에 아파트를 보고 있는데 30평대 시세가 불과 1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아파트 부녀회와 동네 부동산이 담합해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직장인 이 모 씨(33)는 "매매 목적으로 봐둔 중계동 B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최근 5000만~6000만원 뛰었다"며 "강남지역 부녀회에서 계약금만 넣어놓고 실거래한 것처럼 신고하고 나중에 취소하는 방법으로 아파트 호가를 올린다던데 그 방법이 여기저기서 쓰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서울 집값이 비싸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데 입주민들이 가격 담합까지 한다는 얘길 들으니 더 절망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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