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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숙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상대방 모르게 녹음한 녹취록, 재판에서 증거가 될까?

최종수정 : 2018-05-31 10:39:24
 이은숙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상대방 모르게 녹음한 녹취록, 재판에서 증거가 될까

스마트폰 등 휴대용 녹음 기기의 발달로 일상생활에서 녹음이 쉬워지면서 재판에 있어서도 형사·민사를 가리지 않고 녹취록이 증거로 사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녹취록의 내용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언뜻 생각해보면 타인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이를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녹음 및 녹취록의 사용은 어디까지 불법이고, 어디까지 합법일까?

녹음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녹음하고 있는 대화에 '내'가 참여하고 있는지 여부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의 청취와 녹음과 관련한 처벌 대상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내가 참여하고 있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설령 상대방에게 녹음사실을 밝히지 않고 몰래 녹음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반면, 제3자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도청'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택시 운전기사가 인터넷 방송을 목적으로 승객들에게 질문하거나 답변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이를 무선통신장치를 통해 실시간 중개한 사건에서 "택시 운전기사가 승객들에 대하여 초상권 등의 부당한 침해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하여 타인간의 대화 내용을 지득하여 공개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녹음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녹음 사실을 공개하였는지 등을 불문하고 녹음자가 대화자 중 한 명이었는지 만을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판단한 것이다.

반면, 전화 통화 시 상대방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바로 전화를 끊지 않고 상대가 먼저 끊기를 기다리던 중 상대가 실수로 통화를 종료하지 않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자 이를 들으면서 핸드폰으로 녹음한 사안에서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그 대화를 하는 타인간의 발언을 녹음 또는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제3자가 통화연결상태에 있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대화를 청취, 녹음하는 행위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타인간의 대화를 청취, 녹음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녹음한 내용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민·형사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가능할까? 앞의 사례와 같이 내가 참여한 대화나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취득한 녹취록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당사자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은 재판에 자주 제출되는 증거 중 하나이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 제4항에는 명시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취득한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때문에 당사자가 참가하지 않고 타인의 대화 등을 녹음해 취득한 증거는 형사사건에서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단, 민사사건의 경우 증거 채택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녹음 내용이 인격권 등을 심하게 훼손하는 등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심히 부적절한 경우가 아닌 이상 증거로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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