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의 쉬운 경제] 그들은 왜 자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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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그들은 왜 자랑스러운가?

최종수정 : 2018-05-28 17:51:42
신세철 칼럼리스트
▲ 신세철 칼럼리스트

우리 사회에는 자랑스럽기는커녕 수치스럽기만 한 지도층 유력인사들이 수두룩한 반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랑스러운 한국인들도 여기저기 많이 있다. 아직까지는 여기 쓰여 있는 이들을 직접 만나는 행운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만나서 한 번이라도 손을 잡아 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손창근 선생

아무 조건 없이 서울 남산 면적의 2배나 되는 땅을 국가에 기증한 이가 있다. 경기도 용인 미리내 성지 옆 시궁산 일대 임야를 숲으로 보전하기 위한 용기다. 기증자는 오랫동안 스스로 가꿔온 "숲을 개발하자는 끈질긴 압력과 유혹을 뿌리치기 위하여 나라에 기증하기로 결단을 내렸다"라고 한다. 산림청은 그 숲의 이름을 기증자 선친의 호를 따 "석포숲"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 바로 얼마 전, 도심지역에 있는 남아있는 자투리땅마다 고층건물 건축 허가를 내준다는 한심한 뉴스가 무엇인가 답답하게 할 때였다. 숨 막히게 늘어선 빌딩 숲에 조그만 쌈지공원이라도 조성하여 사람들이 숨 쉴 작은 완충지대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 환경을 오염시키는 인사들을 생각할수록 석포숲 기증자의 용기는 더 빛난다.

누구도 천당이나 극락으로 가져갈 수 없기에 그 땅은 우리들의 자손 대대로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땅이 파헤쳐 지고 찢겨 투기의 대상이 되는 대신에 신선한 산소를 뿜어내며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는 휴식공간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기증자 손창근 선생의 우람한 뜻이 있기 때문이다.

"바둑의 품격" 바둑 기사 조한승

2009년 바둑 기사 조한승이 제대 직후 국수전 우승컵을 거머쥐자, 상금 전액을 그가 근무하던 최전방 수색부대와 유니세프에 희사하였다. 세계를 제패하는 바둑 기사들 거의 대부분이 10대나 20대 초반임을 생각할 때, 프로 기사로서 두뇌활동이 가장 왕성할 시기에 군에 입대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군에 입대하면서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2%의 부족한 투지를 채워오겠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제대 직후 영광스러운 국수 타이틀을 획득함으로써 군 복무가 보다 강인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었다.

마침 그때는 "비상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6명 중에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의장을 비롯하여 모두가 병역 미필자 내지 기피자다."라는 전직 고위관료의 신문칼럼을 읽고 씁쓸할 때였다. 직접 군대 생활을 하지 않고도 장군이 되거나 전투 경험 없이도 사령관이 될 수 있는 독재국가, 왕조국가도 아닌 자유 민주국가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해괴한 현상이었다. 그 글에는 우리나라에서 의무를 다하고, 깨끗하게 살면 출세하기 어렵다는 자괴감이 깊이 배어있었다. 그 글에는 상류층(?)에게 병역기피는 하나의 장식이고 탈법과 변칙, 탈세, 논문표절 같은 일들로 얼룩져있음을 개탄하고 있었다.

조한승의 바둑은 잔수보다는 바둑판 전체를 그리고 바둑의 기본 이치를 존중하기에 동료 기사들은 그에게 "바둑의 품격"이라는 칭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는 2008년에도 중국리그 우승, 준우승 상금 모두를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2012년에는 중국리그 특별 보너스 전액을 리그가 속한 지역 가난한 주민에게 기부하기도 하였다. 그가 품격 있는 바둑을 두는 까닭은 아마도 넘치는 인간애와 함께 실천적 행동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 후에 그 어려운 국수 타이틀을 3연속 제패하였다는 기사가 반가웠다. 아마도 마음을 크게 하니 세상 이치와 같다는 바둑의 수도 잘 보였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2018년에도 바둑 최고수들이 겨루는 입신최강전에서 우승하였다는 기쁜 소식이 있다.

오상봉 선생과 양학선

'도마의 신' 이 하늘로 솟구쳐 허공에서 몇 바퀴 돌다가 흐트러짐 없이 착지하자 메달 색깔을 다투는 외국 선수들까지 감탄하며 손뼉을 치는 런던올림픽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고난도 체조 기술을 선뵈어, 국제체조협회에 '양학선기술'로 등록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그날이 있기까지에는 그의 자질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도마 선수로 이끈 중학교 은사 오상봉 선생의 변함없는 애정과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우뚝 선 것은 스승의 사랑과 제자의 존경심이 어우러졌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짐자한다.

오늘날 학원에는 스승은 어디로 가고 제자도 없는 그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장소로 변해가고 있음을 가끔 느끼게 된다. 교사가 학생을 한낱 고객으로 여기기도 하고, 학부모 심지어 학생이 교사를 구타하는 상상하기도 싫은 사태가 벌어지는 시대상황에서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이 자랑스럽다. 양학선 선수가 더 겸손한 자세로 힘찬 날개를 다시 펼치기를 기대한다.

세상에는 이들 외에도 자랑스럽고 본받을 인물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 지저분한 자들의 그 부끄러운 행각 보도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하여도 자랑스러운 이들의 숨어 있는 일화가 끊임없이 발굴되고 사람들에게 자꾸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신세철의 쉬운 경제]

주요저서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우리나라 시장금리의 구조변화

-상장법인 자금조달구조 연구

-주가수익배수와 자본환원배수의 비교 연구

-선물시장 가격결정

-증권의 이론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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