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지역

'노답사회' 대한민국,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답을 찾다 - ② 청소년이 희망이다

매년 116명의 아이들이 세상과 이별을 고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3일에 1명 꼴이다. 지난 7일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학생 자살사망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총 556명의 청소년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겐 인권도 투표권도 기본권도 없다. 그래서 이들의 목소리엔 '힘'이 없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힘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주 소외당한다.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만약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교육정책들이 이렇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만 18세 이하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선거법이 빨리 개정될 수 있도록 나서주시기를 청원합니다"

한 고3 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소년들에게도 참정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청원 글에 3만4330명의 사람들이 지지를 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권은 만 19세 이상에게만 주어진다. 병역법, 근로기준법, 국가공무원법 등의 법령에서 성년의 기준은 만 18세다. 군대도 가고 세금도 내는데 투표권만 없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선거 연령이 19세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미국, 독일, 뉴질랜드 등은 만 18세에 선거권이 주어진다. 오스트리아는 만 16세다. 보수적인 일본조차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췄다.

신평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세계적인 조류에 맞춰 18세 이하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최봉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타국의 예에 비춰 봤을 때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우리도 그에 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투표권 연령 기준을 낮추는 데 동의했다.

선거권 연령 제한 헌법소원은 2018년 3월 기준 총 7차례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일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발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서채완 변호사는 "선거권은 민주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시민의 권리"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없어 입법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특히 교육 입법 자체에 당사자가 아닌 성인들이 결정하는 상황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선거권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인권법을 기본법으로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학생 인권조례가 없어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습니다. 두발·복장 단속, 강제 야자(야간 자율학습) 등은 학생들의 자율권 침해 그 자체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이외에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침해받고 있는 권리들은 많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청소년 인권' 관련 글만 660개가 넘는다.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한다.

지난해 1월 13일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흥사단에서 '학생 청소년 인권침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발언자로 나선 청소년 김민재(가명·17) 군은 학교의 반인권적인 문화 때문에 학교를 그만뒀다고 고백했다.

김 군은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하자 교사로부터 '조금씩 싸서 말려라', '쪽팔리지도 않니', '그것도 못 참니?'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결국 허락을 받지 못하고 화장실을 간 김 군은 선생님에게 걸려 교장실에서 몇 시간 동안 반성문을 써야 했다.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에 '학생인권기본법' 제정을 권고했다. 2013년 민주통합당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청소년 인권법안'은 2016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2017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학생 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 단 네 곳뿐이다. 강원도, 경남, 전남, 충북, 대구에서도 학생 인권조례에 대한 추진 시도가 있었지만 제정되지는 못했다. 조례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교권 조례만 제정된 곳도 있다. 인천과 충남이다.

민변 서채완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아동·청소년 법 자체가 당사자 중심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권리주체로서의 접근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동·청소년을 규율과 보호의 대상의 관점에서 접근해 법제가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실제적으로 여러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데 이런 것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인권법이 기본법으로 제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두루 강정은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당사국으로서 아동·청소년 통합법이 있어야 한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실천하고 이행하는 의미로서 기본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태동 이호진 변호사는 "청소년 인권법을 기본법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다"며 "청소년 인권법이 기본법으로 제정되면 인권 보호와 관련된 제대로 된 보호가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봐도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교과과정에 근로기준법 포함해야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학교 다닐 때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고용주가 임금을 체불하거나 회사가 폐업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에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법을 추가해야 한다는 글도 440여 건 게재됐다.

지난해 12월 11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10대 아르바이트생이 40원 상당의 비닐봉지 2장을 훔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웃지 못할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아르바이트생 박지원(가명·19) 씨가 편의점주에게 시급을 최저임금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점주가 박 양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비단 김 양만의 일일까. 여성가족부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25.8%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전체 조사 대상 1만5646명 중 1만2751명(75.1%) 즉, 4명 중 3명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공약집에서 노동 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알바존중법'을 도입해 청소년기부터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노동 인권교육을 '시민교육'으로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해 청소년 시기부터 가르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달 24일 노동이 있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지금 많은 청소년들이 알바 등의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와 있지만,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하고 있다"며 "초·중등 교육과정에 노동 인권교육을 10시간 이상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률사무소 태동 이호진 변호사는 "많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근로자가 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관련된 내용을 초·중등교육법 내 포섭해 법률적인 제반을 마련해 놓으면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평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기본권 교육을 위해 교육법을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교수는 "법은 결코 만능이 아니며, 법을 통해 모든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사회적 규범이 작용할 여지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