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서울] ⑧ 기름 대신 문화 저장하는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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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⑧ 기름 대신 문화 저장하는 '문화비축기지'

최종수정 : 2018-03-05 09:03:25
23일 찾은 문화비축기지의 T4 복합문화공간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여러개의 파이프 기둥과 어우러진다. 이곳에서는 환경과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문화비축기지
▲ 23일 찾은 문화비축기지의 T4 복합문화공간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여러개의 파이프 기둥과 어우러진다. 이곳에서는 환경과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문화비축기지

한때 버려졌던 석유 저장 시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돌아와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인근에는 축구장 22개(14만㎡) 면적을 자랑하는 '문화비축기지'가 있다. 23일 찾은 이곳은 'T1~T6'으로 불리는 6개의 원통형 저장고(탱크)가 매봉산 기슭마다 세워져 있었다. 정문에 들어설 때 마주하는 문화광장 한가운데서 바라보면, 6개의 탱크가 울타리처럼 이곳을 둘러싸고 있다.

네 살짜리 딸과 나들이를 나온 최현정(37·여) 씨는 "이곳이 41년이나 된 석유 저장지라고 생각하니 상상이 안간다"며 "진짜 빈티지 조형물 같다"고 감탄했다.

문화비축기지 T6 커뮤니티센터. 유재희 기자
▲ 문화비축기지 T6 커뮤니티센터./ 유재희 기자

문화비축기지는 석유 파동 이후 1976~1978년 만들어진 마포 석유 비축기지였다. 5개 탱크에 석유 6907만ℓ를 보관하던 이곳은 1급 보안시설로 분류돼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다.

2000년대 들어 한일 월드컵 경기장 건설로 완전 폐쇄되면서 일부 시설만 공영주차장으로 쓰였다. 이후 10년 넘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던 서울시는 2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9월 공연장과 전시관을 갖춘 문화비축기지를 열었다. 이곳은 석유 탱크들과 내외장재, 옹벽 등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혐오시설에서 '빈티지 문화공간'으로

 T3 탱크 원형 에는 한때 유류저장탱크였던 모습이 보존돼 있다. 문화비축기지
▲ 'T3 탱크 원형'에는 한때 유류저장탱크였던 모습이 보존돼 있다./ 문화비축기지

이날 가장 먼저 찾은 'T1 파빌리온'은 과거의 옹벽과 현재의 건축물이 공존하는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지는 모습이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던 한 방문객은 "이 근처에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여기가 이렇게 변할 줄은 꿈도 못 꿨다"며 "리모델링을 넘어선 리노베이션"이라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고대 그리스의 낡은 극장을 연상케 하는 'T2 공연장'은 원통형 저장고의 특성을 살려 야외 원형 공연장으로 재탄생했다. 지하에는 실내 공연장도 있다.

한때 기름으로 가득했던 유류저장탱크의 모습을 살펴보려면 'T3 탱크원형'으로 가면 된다. 직경 40m에 높이 15m 규모인 이곳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가늘고 긴 파이프 기둥이 숲처럼 꾸며진 'T4 복합문화공간'은 실내 전시·공연 공간으로 쓰인다.

학생들이 T5 이야기관 에서 문화비축기지의 역사 소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유재희 기자
▲ 학생들이 'T5 이야기관'에서 문화비축기지의 역사 소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유재희 기자

이처럼 석유 비축 기지였던 이곳이 오늘날 문화 공간으로 변신해온 40년 세월을 살펴보려면 'T5 이야기관'을 향하면 된다.

'T6 커뮤니티센터'는 1·2번 탱크에서 해체된 철판으로 조립한 신축 건물이다. 이곳은 강의실과 회의실, 카페 등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

T6에 있는 카페 'TANK6'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인근 회사원들은 이곳을 아늑한 기획 공간으로 애용하고 있었다. 회사원 김미소 씨는 "팀원들과 회의 하러 이곳에 자주 온다"며 "T6 공간을 빌려 회사에서 진행하는 결과 발표회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래동에서 두 번째로 이곳을 찾아왔다는 남정석 씨도 "혐오시설이던 장소가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쓰이는 좋은 예"라며 미소 지었다.

지난 8일 찾은 T6 커뮤니티센터 내 TANK 6 에서는 나들이 온 가족과 회의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정연우 기자
▲ 지난 8일 찾은 T6 커뮤니티센터 내 'TANK 6'에서는 나들이 온 가족과 회의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정연우 기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 발길 이어져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서울시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시는 지난 설 연휴 기간 원형극장 T2에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했다. T6의 문화아카이브 경사로는 실내 썰매장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T0 문화광장에서는 제기차기와 투호, 팽이치기와 굴렁쇠 등 민속놀이체험마당이 열렸다.

이달 23일~25일에는 2017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창작실험활동지원 결과발표회인 '창작실험-과정과 공유'가 진행됐다. 쇼케이스와 피칭, 전시 등 40개가 넘는 다양한 공연과 관객과의 대화 등이 이어져 수동적인 관람이 아닌 적극적인 소통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서울시민이 뽑은 '잘생긴 서울' 2위에 선정된 문화비축기지는 같은해 9월~12월 18만명이 방문했다.

이보현 서울시 문화비축기지 문화시설 운영팀장은 "5월과 10월에는 서커스 페스티벌과 서울거리 예술축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들께 홍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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