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또 다시 국내 증시를 흔들었다. 미국 경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국내 증시 상승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달 2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1.17% 떨어진 2427.3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역시 전일 대비 1.94% 하락한 857.06에 장을 마감했다. 원화는 달러화 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071.3원)보다 11.5원 오른 1082.8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연출한 데는 미 파월 의장의 발언이 단초가 됐다.
지난 달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는 나의 견해를 뒷받침할 지표를 봤다"며 경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물가가 기대보다 올라오지 않아 금리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던 시각을 뒤엎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었다. 파월의 강한 확신은 미국이 연내 네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웠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후 미국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100% 확신했다. 또 연방기금 선물금리에 내재된 올해 네 차례 기준금리 가능성 수치도 34.4%로 1월 대비 3배 높아졌다.
미국이 오는 3월 금리를 올리게 되면 현재 1.25~1.50%인 기준금리는 최소 1.50~1.75%로 올라 국내 기준금리(1.5%)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이 빚어진다. 2007년 9월 이래 10년 7개월 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과 함께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시장의 우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하락장 '한 번 더'"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9일 발표된 미국의 2월 고용지표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월 주가 급락의 도화선이 됐던 것도 2월 2일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였다. 당시 임금 상승률이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파른 금리 상승 가능성에 힘을 더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용지표가 발표되는 다음 주엔 시장의 경계감이 좀 더 커지면서 'W형 더블바텀' 모양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번 더 하락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투자 포트폴리오 내 성장성 자산의 비중을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그간 주가 상승을 견인해 온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의 확장 모멘텀은 지난해에 비해 둔화되고 기업이익 증가 역시 속도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주식의 위험조정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포트폴리오 내 성장성 자산의 비중을 서서히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 "곧 반등할 것"
하지만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견조한 만큼 일시적 조정을 거쳐 증시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정 연구원 역시 "이번 금리상승과 증시 조정을 하락추세의 전환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에서 벗어나고 있는 투자 환경에 점차 적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해 시장은 빠르게 내성을 키우고 있다"며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긴축 우려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그 자체를 경기회복의 신호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 전략은 선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 호조세와 금리인상이 함께 진행되는 시기에는 경기민감 업종의 투자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서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중국 측 공급 조절과 경기 회복에 따른 전방수요 확대는 원자재 시장의 안정적 상승을 여전히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자재 가격 민감도가 높은 국내 소재 업종의 관심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경기 회복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금리 상승으로 즉각 반영됨은 물론, 자금수요의 확대로 금융 섹터 전반의 수요와 공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주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