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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르포]설 연휴가 더 추운 '학교 밖 아이들'…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에 가다

▲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 현관 / 유재희 인턴기자



설 연휴 기간 중 백화점, 식당, 영화관 등에는 나들이를 나온 가족, 친구, 연인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집을 떠나 오늘도 길거리를 서성이는 나그네들이 있다. 바로 가출청소년들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부천의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를 찾았다.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는 20명 정도의 청소년을 수용할 정도로 아담하지만 그들의 보금자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 청소년들의 일상 / 인턴기자 유재희



■ "지치고 힘들죠? 별사탕이 기다리고 있어요. 어서와요"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 간판에 붙어있는 작은 별사탕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건물 2층 사무실에선 한 학생이 연신 기침을 하며 담배를 피고 싶다고 상담원을 조르고 있었다.

선생님은 아직 담배를 피우기에는 이르다며 학생에게 사탕을 건넨다. 자신을 걱정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듯 "사탕 안먹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반응도 그리 나쁘진 않다.

박현아 상담원은 "강한 아이들이 약한 아이들에게 담배를 달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저희가 맡고 있어요. 또 담배도 줄여야 하구요"라고 말했다.

아이를 따라 3층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설 연휴를 맞았지만 이 기관에는 7명의 아이들이 입소해 있었다.

게임을 하는 아이, 누워서 TV를 보는 아이, 화장을 하는 아이 등 그들의 머리색 만큼이나 개성도 다양했다. 얼음처럼 차가웠던 아이들의 마음이 이 곳에선 각양각색으로 녹아있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하며 밝헤 웃는 박현아 상담원/ 인턴기자 유재희



■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소통"

박 상담원은 "이 곳을 찾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쉼터에서는 입소를 원하는 아이들의 실종(가출)신고의 유무를 경찰을 통해 확인한다. 만일 신고가 되어있다면 아이들의 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하지만 박 상담원은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입장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와 갈등, 가정폭력, 성폭력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로 많은 아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안전도 중요한 요소다. 비록 청소년일시쉼터는 최대 7일 정도의 짧은 숙식만을 허락하지만 입소 중의 아이들의 건강문제나 응급사고 발생했을 때는 인근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응급후송 후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들의 목소리도 듣고 있다. 박 상담원은 "용기있게 다가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두운 그늘 속에 숨어 고통을 느끼는 청소년들도 있다"고 말했다.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는 매주 금요일 부천북부역 상상마당에서 '달꿈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달꿈부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거리상담을 비롯해 든든한 먹거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이런 아이들이 쉼터를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쉼터에선 거리청소년 발굴사업을 운영해 야간거리 순회 상담을 통해 귀가지원 및 기관연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소년기는 빗소리가 심장에 맞닿으며 감성이 뿌리를 내리는 시기"

현재 지방의 청소년들은 놀 거리와 새로운 만남을 찾아 수도권의 번화가로 모이고 있다. 고영주(가명) 학생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어때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영주는 지방에서 올라와 부천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SNS를 통해 사귄 친구들과 연락을 하며 지낸다. 혼자 도시생활을 시작한 영주는 박 상담원을 유독 따른다. 박 상담원 또한 상담을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떠나는 영주에게 주방세제를 건네지만 영주는 "괜찮다"며 마다했다.

박 상담원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한 때 가출 청소년들 사이에서 '부천역 좋은 삼촌'으로 불리어지는 40대 남성이 있었다. 지난 2013년 이 남성은 부천역 일대에서 알게 된 B양(13)과 그 친구 10대 여성 3명을 숙식과 담배, 술 등을 제공하고 성폭행과 강제 추행을 했다.

박 상담원은 "피해자 아이들을 다른 기관에 연계해주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도록 쉼터를 더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일시청소년쉼터 부장 한태경 바오로 신부는 "청소년기는 빗소리가 심장에 맞닿으며 감성이 뿌리를 내리는 시기에요. 근데 요즘 청소년들은 참 바빠요.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높은 이상만을 쳐다보며 갈 길을 정해버리죠. 저는 친구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하도록 돕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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