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윤휘종의 잠시 쉼표] 가상화폐는 투기? 도박?

image


블록 체인이란 생소한 기술을 기반으로 등장한 새로운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연초부터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몇년 전부터 외신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세탁도 하고 커피도 사마신다는 걸 보면서 "참, 희한한 세상이네" 정도로 가볍게 넘겼었다.

그런데 이 비트코인이 연초부터 온 나라를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또 다른 한쪽에선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이라는 역공을 퍼붓고 있다.

이 디지털 화폐를 가상화폐라고 해야 할지, 암호화폐라고 해야 할지 개념 정의조차 돼 있지 않다. 법무부 장관은 가상증표라는 표현도 썼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거래소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을 위축시켰다. 규제를 하겠다면서 그 대상이 뭔지도 모른다면 제대로 된 규제가 가능할까.

정부는 '실기'했다. 이 디지털 화폐를 놓고 우리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2016년 11월 관계부처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라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1년 넘도록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지금과 같은 사단이 난 것이니 그 책임은 상당 부분 정부에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을 비판하는 진영과 찬성하는 진영을 '보수 vs 진보'의 대립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논리를 들어보니, 보수 매체들이 정부 정책을 비판함으로써 정권에 흠집을 내려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견강부회(牽强附會)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사실, 가상화폐 투자를 투기나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가상화폐의 잘못이 아니다.

블록 체인과, 블록 체인에서 파생한 가상화폐는 당초 투자나 투기, 도박을 위해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가상화폐는 블록 체인 시스템의 내부 자산(internal capital)이다. 가상화폐는 블록 체인 상의 거래 매개체로 이용되기도 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저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언제부터인가 투기의 대상이 됐고 도박판이란 불명예까지 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업자나 거래자들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자 한국을 이용한 것이고, 이 때문에 '김치 프리미엄'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경제 규모 등에 맞지 않게 비대해졌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목돈'이 없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사람들이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광풍'이라고 할 정도의 투자열풍이 불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거래소 폐지'라는 초강수를 검토한 것도, 우리 젊은이들이 열심히 모은 돈을 투기판, 도박판에 다 날려서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비트코인의 자금세탁처로 한국이 악용됨으로써 우리 정부의 환율조정 실패라는 위기가 초래될까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상화폐를 '칼'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칼은 쓰는 사람에 따라 활인검이 될 수도, 살인검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기술 자체를 탓할 성격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술 자체는 아무리 규제를 해도 우리 의지와 상관 없이 발달한다.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가적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정부가 규제대책을 내놓는 건 찬성한다. 하지만 거래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19세기적 사고방식으로 21세기의 첨단기술을 통제하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