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대행업을 비롯해 의류, 공예품,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제조, 판매하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을 일대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즉 전안법에 대한 개정안이 8부능선을 지나 연내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국민 안전 대책의 하나로 만든 기존 전안법은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가 포함돼 있어 정상적 사업활동을 했던 이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 개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초 이 법은 지난 1월28일 시행됐다가 논란이 커지자 이달 말일로 시행시기가 유예됐다. 이 때문에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킨 국회가 올해 남은 일정 안에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년초부터 강제 시행에 따른 대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정치권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20인이 발의한 전안법 개정안은 지난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법률안소위에서 수정가결되며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소관위원회인 산자중기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전안법은 수많은 소기업·소상공인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유예기간안에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자칫 이달안 처리가 물건너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는 오는 9일까지 본회의 일정을 예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올해 안에 추가 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가 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예산안 처리 강행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이날 산자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산자위는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자유한국당의 '몽니'가 계속될 경우 산자위는 계속 파행을 맞고, 전안법과 같은 민생 법안 처리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훈 의원 등이 발의한 전안법 개정안에는 ▲구매대행업자·병행수입업자 예외 인정 ▲안전관리대상 생활용품 기존 유형에 안전기준준수대상생활용품 신설 ▲안전기준준수대상생활용품에 관한 안전관리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포함시켜 법 적용 대상 범위를 축소토록 하고 있다.
전안법은 기존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에 각각 적용하던 것을 통합한 것이다. 특히 전기용품에 준하는 안전관리를 의류, 핸드메이드, 공예 등 제조품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매대행·병행수입자가 판매하는 제품에까지 획일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법을 시행하고도 1년간 유예를 한 것은 그만큼 기존 전안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정부나 정치권이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면서 "기존 전안법은 소기업, 소상공인들로 하여금 제품 관리나 인증 등에서 과도하게 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있어 이는 결국 청년들의 창업을 막고,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되는 만큼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단체는 지난 6일 국회 앞에서 전안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전압법폐지모임, 남대문시장상인회, 동대문 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전국핸드메이드작가모임 등과 함께 국회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안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숭실대 김현순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규모가 큰 기업은 품목당 생산량이 많고 자체적으로 시험설비 등을 갖춰놓고 있어 부담이 크지 않지만 소상공인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인증을 외부 시험기관에 의뢰하기 때문에 (전안법 시행으로 인한)규제강화의 불이익이 대부분 소상공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부담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