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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필름리뷰] '남한산성' 주고받는 대사가 칼싸움보다 날카롭다

[필름리뷰] '남한산성' 주고받는 대사가 칼싸움보다 날카롭다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놓여진 상황이 혹독하고 춥다. 세차게 내리는 눈보라와 흰눈으로 뒤덮인 산으로 에워싼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치욕스러웠던 조선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남한산성'은 인조 14년 병자호란,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했던 47일간의 기록을 담은 작품.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1636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 청나라는 조선에 침입해 전쟁을 벌인다. 당시 청은 명을 섬기던 조선에게 새로운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거세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이에 조선의 조정도 둘로 나뉜다. 청과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주화파, 그리고 청과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자는 척화파. 처음에 인조는 척화파의 손을 들어 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되고 점점 좁혀 오는 청의 공격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황 감독은 세찬 눈보라와 흰 눈으로 뒤덮인 산속을 배경으로 당시 조선의 상황을 빗대어 표현했다. 매서운 칼바람에 귀와 발가락이 얼어붙어 잘려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적과 싸워야했던 군병들, 그리고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난 게 죄인 백성들, 입김이 얼어붙을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척화파와 주화파, 조정의 상황이 번갈아가며 보여진다.

특히 조정과 백성을 위하는 마음은 같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달랐던 두 충신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이병헌과 김윤석의 만남은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왕과 천민을 오가는 1인2역을 소화해내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은 또 한번 정통 사극으로 관객을 만난다. 차분함을 잃지 않고, 대사 한마디로 상대를 설득하는 이병헌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깊이있는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는 화려한 액션보다 더 날카롭게 관객의 감정을 파고든다.

'검은 사제들' '도둑들' '완득이' '추격자' 등 매 작품마다 잊지못할 인상을 안긴 김윤석은 청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예조판서 김상헌으로 분했다. 나라를 향한 강직한 성품이 배우 김윤석의 선 굵은 연기로 완성됐다. 내로라 하는 두 캐릭터의 서로 다른 신념은 관객에게 세대를 불문하고 고민해봐야 할 화두를 던진다.



이 작품에는 배우 김윤석과 이병헌만 있는 게 아니다. 우직한 대장장이 날쇠 역의 고수의 연기내공이 폭발하며 그 당시 고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냈던 민초의 모습을 대변한다. 날쇠는 누구보다 천한 신분이지만, 의롭고 지혜로운 성품의 인물. 우연히 김상헌의 눈에 띄어 근왕병을 모으기 위한 격서를 전달하는 중책을 부탁받는다. 격서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은 관객을 긴장하게 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이밖에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수어사 이시백(박희순)과 두 신념 사이에 고뇌하는 인조(박해일)의 이야기는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감독은 원작 '남한산성'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최명길과 김상헌이 벌인 논쟁의 대립 장면에서는 옛말이 주는 멋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소설 속 대사들을 큰 변화없이 인용했다. 정확한 단어의 뜻은 몰라도 배우들의 감정이 실린 문장 자체는 완벽히 이해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경험할 것이다.



다만, 진지한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139분의 러닝타임은 조금 길다고 느껴질 수 있다. 최명길과 김상헌 외에 다른 조정 대신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토론이라던가, 왕 인조의 갈피를 못잡는 모습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도. 그렇지만, 강대국 사이에서 힘없는 약소국 조선의 모습은 지금 2017년 대한민국 현실과도 맞닿은 지점이라 무턱대고 답답하기보단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감독은 장장 5개월간 로케이션 세트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추위와 눈으로 둘러싸인 성안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의상과 소품, 분장도 역사적 고증에 따라 재현해 충실하게 작품을 완성했다. 정통 사극이 뿜어내는 묵직함, 진중하면서도 깊이있는 내용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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