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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돈 안도는 韓경제...고령화-가계부채 걱정에 씀씀이 줄였다

지난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오고 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선뜻 지갑을 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백화점을 찾은 K씨(회사원·28)는 "어머니 생일 선물 사려고 들렸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지만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어 구매는 다음으로 미뤘다. 퇴근 후 할인 매장에 둘러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400억원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9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사드 영향도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심리가 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할인 매장은 즐거운 비명이다. 이마트의 경우 영업이익은 6%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 영업이익이 113% 뛰었고, 온라인몰인 이마트몰도 영업적자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저금리에도 돈이 좀처럼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직은 경기전망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가계와 기업 모두 돈을 투자하기보다 은행에 쌓아둔 탓이다.

◆ '돈맥경화'…은행에 묶인 돈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9.7회였다.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20회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지난 3월을 제외하면 회전율이 5개월째 18~19회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은행의 예금회전율도 3.8회에 불과하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4.1회~5.1회(2008년 10월~2009년 12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은행 예금회전율은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줄곧 4회를 웃돌다가 2012년 2·4분기 3.9회로 떨어졌다. 지난해 이후에도 3.5회~4.0회 사이에서 시소 형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 및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인출한 횟수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낸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한은의 통화지표에 따르면 지난 6월 통화승수(계절조정 기준)는 16.42배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승수는 통화 한 단위가 몇 배의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화승수 하락은 그만큼 경제 활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통화승수 하락은 한국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를 겪었던 미국과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 경기부진에 따라 최근 양적완화를 단행한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나타난다.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도 작년 3분기 현재 0.701까지 하락해 역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시중에는 '돈'이 너무 많다.

6월 말(말잔) 기준 예금은행 총예금은 1267조3940억원이나 된다. 전 달보다 2.1%(25조8416억) 늘어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조대형 입법조사관은 "주요 통화지표의 변화 추이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2007년 이후 2016년까지 중앙은행에서 찍어낸 돈(본원적 통화)의 증가율이 12.7%가 된다"면서 "중앙은행에서 돈은 계속 찍어 냈는데 시중에는 돈이 안돈다. 이러다 나중에 인플레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통화공급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의 기준에 따라 통화지표는 크게 현금성 통화를 의미하는 협의통화(M1)와 예금성 통화를 의미하는 광의통화(M2)로 구분되는데, 협의통화는 평잔기준으로 2007년 318조 8000억원에서 2016년 734조 4000억원으로 늘었고, 광의통화는 평잔기준으로 2007년 1197조 1000억원에서 2016년에서 3229조 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통화유통속도는 2000년 이후 0.87~0.94배를 보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승수와 동일하게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2016년 0.7배까지 떨어졌다.

◆고령화 등에 대비 지갑 안열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돈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소비자들은 노후 대비 등을 위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채용정보 검색사이트 잡서치가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와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은퇴 이후 노후 생활비는 월 279만원에 달했으며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69.4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로 전월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건 지난 1월(93.3) 이후 7개월 만이다. 소비 부진은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고령층 인구 비중이 늘었고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젊은층마저 노후에 대비해 씀씀이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영향도 있다. 한은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70%에 달하고 이 가운데 75%는 소비, 저축을 줄이고 있어 경제에 부담이 된다(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고 지적했다. 1년 동안 만들어진 부가가치의 합인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가계부채가 차지한 비율이 올 1분기 말 95.7%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로는 이 비율이 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평균(72.4%)을 크게 웃돈다.

빚내서 집사느라 쓸 돈도 많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4분기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 1~3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조5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기업 역시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 산업은행은 국내 35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비투자계획 조사 결과 2016년 설비투자는 2015년보다 0.8% 감소한 179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7년 설비투자 계획은 17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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