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되는 등 정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소관법률인 '유통산업으발전법'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기청이 산업부의 외청 역할을 했던 최근까지야 관련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었지만 장관급으로 대등한 위치로 올라선 상황에서 이참에 유통산업발전법을 중소벤처부 소관으로 가져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규모 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31일 중소기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1997년 시행돼 올해로 꼭 20년을 맞고 있다. 소관부처의 장인 산업부장관은 관련법에 따라 5년마다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해 왔다.
그런데 신세계, 롯데, 홈플러스 등 국내외 대형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 등이 우후죽순으로 확산되고 이로 인해 주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유통산업발전법은 법 이름과 달리 '발전'보다는 '규제'로 가닥을 잡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대형마트를 격주에 한번씩 쉬도록 법제화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한국법제연구원 김윤정 부연구위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완화 및 지원확대라는 취지로 제정됐지만 차츰 대형유통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거듭하게 된 것은 그만큼 대형유통점으로 인한 중소유통점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고 또한 중소유통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벤처부를 만들고, 공정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유통기업의 활동반경에 더 많은 규제를 하겠다고 공언한 터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과제'에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 등을 통해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관련법도 '산업 정책'을 관장하는 기존의 산업부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맡고 있는 중소벤처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복합쇼핑몰 주변 중소유통업자 및 소상공인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달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3%가 복합쇼핑몰 진출로 인해 점포경영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오동윤 교수는 "통계상 소상공인이 300만이 훌쩍 넘고 이들과 대형유통사간 대립이 매번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호를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유통산업발전법의 소관부처를 중소벤처부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 대상인 유통기업들 입장에선 마뜩지 않은 분위기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복합쇼핑몰 내 상품과 주변의 골목상권내 상품이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다. 또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도 결국 자영업자이고, 소상공인들이어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이들에 대한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만 관련법의 소관부처에 상관없이 법의 테두리내에서 (주변 소상공인들과)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26개가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기존보다 규제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한 내용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