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부터 인선해야 하나, 정부조직법부터 통과시켜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현 정부 조직 개편의 핵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소기업청의 '장관급 부처' 격상을 놓고 실제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중기청을 장관급으로 올리면서 후보자 인선, 인사 청문회, 정부조직법 개정 등을 차례로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할 초대 장관 자리에 어떤 인물이 앉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을 발표하면서 정부 조직 개편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해 현재 차관급인 중기청을 장관급 부처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7대 대선 후보 시절에 내놨던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신분으로 지난 4월 10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 교육과학기술부, 중소기업청 등으로 갈라져 있다"면서 "새롭게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과 법을 만드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주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정부와 중소기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중기청은 정부조직법상 '중소 및 중견기업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소속으로 중소기업청을 둔다'고 돼 있다.
중기청이 산업부의 외청인 셈이다. 산업부는 특허청도 외청으로 두고 있다.
그러면서 중기청은 청장과 차장 1명씩을 각각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정무직인 청장은 차관급, 일반직공무원인 차장은 1급이다.
중기청이 장관급 부처로 변모하기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산업부 그늘을 벗어나는게 급선무다. 정부조직법은 그동안 산업부가 중기청을 외청으로 두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비롯해 각종 정책에 간섭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 산업·통상·에너지 등 산업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산업부는 조직과 역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중기청의 장관급 부처 격상을 반대해왔다.
정부내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서 (반대하던)산업부는 오히려 조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해 조심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기청을 장관급으로 만들기 위해 실제 정부조직법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통과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대선 후보를 배출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모두 대선 당시 이름은 다르지만 중기청을 '중소기업(벤처·상공)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중기청 차장 출신인 최수규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기부가 될 경우)미래창조과학부의 창업·벤처업무, 산업부의 수출·R&D 업무, 고용노동부의 인력지원, 금융위원회의 기업금융, 교육부의 창업지원 등과 공공기관인 코트라, 무역보험공사 등의 기능이 조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첫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염원했던 관련 정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지금의)산업부는 오히려 산업구조 재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중소벤처기업장관은)파워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분이 오는 게 마땅하다. 중소기업을 떠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관료 출신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일부에선 중소기업 현장 경험 등이 풍부한 업계 출신 장관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엔 박근혜 정부 시절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를 중기청장에 임명했다가 '백지신탁' 문제가 불거져 중도 하차한 전례가 있는 만큼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 출신은 불가능하다. 업계 출신으론 현재의 주영섭 중기청장과 같이 전문경영인으로 인력풀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아울러 현재 차관급은 대상이 아니지만 '장관급'이 될 경우엔 국회의 청문회 문턱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