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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40년 비하인드 스토리] (13) 핌피가 만들어낸 '구불구불' 3호선 강남구간

최종수정 : 2017-04-11 16:52:08

[서울지하철 40년 비하인드 스토리] (13) 핌피가 만들어낸 '구불구불' 3호선 강남구간

3호선 양재 수서 연장 구간 노선도의 변화과정 정민주 기자
▲ 3호선 양재~수서 연장 구간 노선도의 변화과정 /정민주 기자

3호선의 강남 구간은 볼수록 이상한 모양이다. 쭉 뻗은 직선 노선을 두고 'ㄱ'자로 꺾였다가 얼마 못가 다시 'ㄴ'자로 꺾인다. 한자의 '乙'자 모양처럼 구불구불하다. 이는 흔히 말하는 지역이기주의의 결과물이다. 정확히는 핌피(PIMFY)현상이다.

'우리집 앞마당에 지하철을 내달라'(Please In My Front Yard)고 외친 사람들은 강남 대치동과 개포동 주민들이다. 재정 부족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1989년 제2기(5~8호선) 지하철 건설에 착수했다. 그 1단계 사업은 기존 1기 지하철을 연장하는 것으로, 1989년 12월 3호선 양재~수서 간 8km 강남 구간이 가장 먼저 착공됐다. 그러나 2기 지하철 사업의 첫 공사인 이 구간 건설은 설계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의 입김에 휘둘렸다.

1989년 5월 27일자 중앙일보는 "서울시가 이날 노선 유치 문제를 놓고 개포동과 대치동 주민들 간에 대립하고 있는 3호선 연장 구간을 발표 내용대로 양재동~숙명여고~대치동 은마아파트 앞~수서 노선으로 확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연장 구간 경유지를 개포동에서 은마아파트 앞으로 바꾼 것은 신도시건설 예정지인 분당~서울 연결 노선을 서울지하철 3개 노선(2호선의 선릉역, 3호선 숙명여고 앞, 7호선 강남구청 앞 역)과 연결, 승객들을 분산 수송키 위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노선은 양재역에서 출발해 상부 양재천변을 쭉 따라가다 학여울역을 지나 양재천 하류를 건넌다. 1983년 11월 결정된 원래의 설계대로라면 양재역에서 출발해 숙명여고에 이르기 전 양재천을 건너 개포동을 경유해야 했다. 도곡동과 현대체육관, 개포주공아파트를 거치는 노선이다. 대치동 주민들의 입김에 노선이 수정된 것이다. 그러니 원래 지하철이 지나가게 돼 있던 개포동 주민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한 달 뒤인 6월 27일 MBC는 '지하철 3호선 연장안 변경에 따라 개포동 주민 농성'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했다. 앵커는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 노선 변경 문제가 계속 진통을 앓고 있다. 당초 계획이 바뀌어 경유 지역에서 제외된 개포동 주민들은 노선 변경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한 달 넘게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며 방송을 시작했다. 현장에 나가 있던 기자는 "개포동 주민들은 서울시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개포 지역을 통과하기로 한 3호선 연장 노선을 대치동 방향으로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 주민들은 또 개포 지역의 경우 7.5평부터 17평까지의 소형 서민 아파트가 많아 지하철을 이용할 서민들이 많은 반면에 대치동 일대에는 주로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 있으며 각종 학교도 개포 지역에 밀집돼 있어 서울시가 당초 노선을 바꾼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개포동 주민들의 입김에도 휘둘리게 된다. 결국 최종 노선은 대치동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개포동 주민들의 요구도 들어주는 형태가 된다. 즉 현재와 같이 대치동을 관통해 학여울역까지 상부 양재천변을 따라가다가 양재천을 건너서는 아래로 확 꺾여 개포동을 지난 뒤 다시 오른쪽으로 확 꺾여 수서역에 이르는 노선이다.

핌피로 인한 부작용은 3호선에 그치지 않는다. 나중에 건설되는 분당선은 도곡역을 지나서는 과거 3호선 연장 구간의 원안에 나온 노선을 따르게 된다. 당초 3호선이 맡아야 할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분당선은 강남 업무 밀집지역을 직결하지 않고 강남구의 주거지역을 우회하는 형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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