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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무덤 같은 '조각공원', 질 낮은 '테마공원'

[홍경한의 시시일각] 무덤 같은 '조각공원', 질 낮은 '테마공원'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전국에는 많은 수의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적어도 각 지자체마다 한두 개씩은 설치할 만큼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이들 공원은 대체로 일관성이 없거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통된 주제가 희미하다. '조각공원'이라는 명칭이 유일한 통일감을 제공할 뿐 그저 다양한 작품들을 중구난방 늘어놓은 수준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작품의 질도 천차만별이다. 일부 조각공원의 경우 지나치게 대중적 취향에 맞추다 보니 예술적 가치란 놀라울 정도로 낮다. 가끔 세계적인 조각가 운운하는 문구도 보이지만 이는 조각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을 유혹하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작품성 역시 논하기조차 부끄러운 것들이 다수에 달한다.

조각품을 통해 미적 체험을 유발하고, 체험의 극대화를 위한 다양한 동력 행사들이 구동되어야 마땅하나 지자체 어느 조각공원에서도 그런 기획들을 접하는 건 쉽지 않다. 유명하다는 조각공원 또한 일정한 프로그램 없이 그저 여기저기 작품들을 을씨년스럽게 배치해놓고 만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조각공원은 '조각무덤'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인근 관광지의 이미지를 연계·반영하며 지역적 특성을 적절히 배합시키려 노력한 예도 있다. 소위 조각공원만큼 지자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테마공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역재생과 관광인프라 조성을 위한 적절한 환경과 질을 담보하지 못하긴 매한가지다.

일례로 얼마 전 논란이 된 군위군 '대추 테마공원'에는 지역 특산물인 대추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이 서너 개 들어서 있다. 높이 11m에 달하는 대추조형물(대추탑)을 비롯해 과일대추로 유명한 왕대추 조형물도 앉혀 놨다. 최근엔 새로운 형식의 조형물(?)이라는 '대추 화장실'까지 추가했다.

군위군의 대추공원은 지역 특산물인 명품 대추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완공됐으며, 의흥면 수서리 부지 9142㎡에 약19억 원의 사업비를 들였다. 그러나 이곳에 설치된 조각 조형물들은 다소 키치적인데다, 외부인을 끌어 모을 조경 및 휴게시설, 조망시설, 위락시설 등은 거의 없다. 이름만 공원이지 벌판에 대추나무 몇 그루와 조형물을 설치한 게 전부다. 인구 2000여 명이 거주하는 외딴 시골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찾을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개성 부족한 조각공원과 테마공원은 사실상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꼽힌다. 지역민조차 비판하는 군위군 '대추 화장실'이 그 예다. 3개의 대추알을 늘어놓은 이 화장실은 7억 원이라는 귀한 몸값을 자랑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추의 미'와 이웃한다(좋게 말해 그렇다는 것이지 솔직히 흉물스럽다). 그럼에도 연간 자체 수입 220여억 원에 불과한 군위군은 3.3㎡에 17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 군위군의 재정자립도는 14%로 전국 꼴찌다.

그렇다면 국내 조각공원과 테마공원들의 현실이 이처럼 초라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원에 대한 전문적 이해와 지식 없이 조성만 하면 지역중흥이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는 지역 정치인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문제다. 자발적 시민발의라는 절대적 명제는 외면한 채 임기 중 뭐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조급한 마인드와 전시행정이 원인인 셈이다.

또 하나는 미흡한 설계다. 조각공원이든 테마공원이든 그것이 공원이라면 다양한 생태적, 문화적, 풍토적 가치를 일상에서 환기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효과적인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이 섬세하게 구현되어야 하지만 실제론 주먹구구식이기 일쑤다. 그마나 홍보조차 변변하게 하지 않는다. 때문에 개장한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하루 방문객이 두 자리 수를 넘지 못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우리의 조각공원 또는 테마공원들이 그 의미와 역할에 충실하려면 물리적 만족감을 넘어 사회적 의미로 상승될 수 있는 시민합의 및 구조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근대식 토목주의를 버리고 처음부터 문화적 향유와 교육적 측면까지 고려대상으로 삼아야 옳다. 명확한 콘텐츠와 흥미로운 프로그램, 서비스시설에 대한 관심도 필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이뤄질 때 다양한 양식과 형태를 내포한 넓어진 공간개념으로서의 공원, 시민들의 삶이 투영된 공원이 생성될 수 있다. 지자체들이 그토록 원하는 세수증가와 관광인프라 확장, 지역 활성화도 그때서야 비로소 기대 가능하다. 허나 지금처럼 무덤 같은 '조각공원'과 질 낮은 '테마공원'으로는 어림없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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