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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이러려고 영어공부 했나…'

소설가 한강을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올린 숨은 주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문학적 감수성'을 꼽는다.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독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문맥에 맞는 두 음절의 형용사를 찾으려고 며칠 간 머리를 쥐어짠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차이를 동반하기 때문에 작품 전체 정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영역에 인공지능(AI)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는 21일 펼쳐질 인간 전문 번역가와 구글·파파고의 대결이다. 지난해 '알파고'의 충격이 휩쓸고 간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대결은 당일자 영자 신문 기사 두 개를 무작위로 선별해 한글로 번역하고, 한글 신문 기사 두 개는 영문으로 번역하는 식으로 실시된다.

바둑이 전술을 펼치는 게임에 가깝다면, 번역은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이기 때문에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이미 IT·통번역 업계는 네이버와 구글의 인터넷 번역기가 인공신경망 기계 번역(NMT) 기술을 도입하며 한차례 술렁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파파고'에 NMT를 적용한 이후 11월 구글도 가세했다.

이 기술은 문장을 단어별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전체 문장을 하나로 번역한다. 문맥에 따라 맞는 번역을 제공할 수도 있다. 때문에 로봇과 같이 기계적인 번역이 아니라 맛깔나게 문장 전체의 맛을 살릴 정도로 비약적 성장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의외로 번역이 매끄럽게 잘돼 놀랐다" "음성인식 등으로 해외 여행갈 때 유용하게 썼다" "업무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을 적용한 이후 번역 오류는 55~85% 가량 줄어들었다. 알파고와 같은 '머신러닝' 기법으로 사용량이 많아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학습해 번역 품질은 더욱 올라간다.

구글은 신경망 기계번역 기술로 향후 전문적인 내용의 책 한 권을 통째로 번역하는 수준까지를 목표로 하겠다고 단언했다.

이와 동시에 사회에 던져진 파문은 '영어 교육 무용론'이다. 기계번역이 실용적 수준에 도달한다면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겠냐는 근본적 질문에 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러려고 영어공부 했나…'라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마이크 슈스터 구글 리서치 전문가는 이 질문에 대해 지난 11일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AI포럼'에서 "인간의 언어학습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답을 제시했다. 인류 사회에 언어학습은 문화교류, 역사,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주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어디에 적용해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미래부가 한국고전번역원의 'AI 기반 고전 문헌 자동번역 시스템 구축 사업'을 확정해 조만간 2억4000만여 자에 이르는 '승정원 일기' 번역에 나선다. 어찌됐건 AI가 번역 업계와 공생,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IT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교가 될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산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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