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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강남에 들어선 탐욕의 소녀상



최근 삼성 서초사옥에 소녀상이 하나 생겼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며 세운 것이다. 반올림은 "작고 약한 피해자 모습에서 탈피해 크고 강한 모습으로 삼성에 힘 있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라고 새로운 소녀상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 가운데 백혈병 환자가 나온 것은 10년도 더 지났지만 과학적·의학적 인과관계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담당한 공정에서 노출된 유해물질이 해당 질병을 유발했거나 그 진행을 촉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와 근무환경에서 추론 가능할 정도로 발병과의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고 근로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도 진행했다. 피해자 가족위원회가 참여한 보상위원회는 150명의 피해자 신청을 받아 지난해 초 대부분에 대한 보상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재해예방대책도 마련해 가족대책위원회 3개 협상주체, 반올림과 합의했고 이를 계기로 가족대책위원회는 스스로 활동을 마쳤다.

재해예방대책 합의 다음날 반올림은 보상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가족대책위원회는 "보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반올림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절차를 중단하라고 억지를 부린다"며 "사욕을 위해 유족들을 쫓아내던 반올림이 또 다른 이들을 현혹해 안타깝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보상위는 업무 연관성을 감안해 관련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하다 질병을 얻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를 피해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반올림은 보상 대상을 늘리고자 직업병의 범위, 업무 범위를 늘리고 근로 기간도 3개월로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는 반도체 생산 공정과 연관이 없는 사무직 근무자부터 하이닉스에서 장기간 근무하다 삼성전자로 이직한 뒤 3개월 만에 병을 얻은 이까지 보상위에게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포함됐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반올림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자신들이 가져가려 한다는 점이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출연하고 자신들이 그 기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반도체 근무자 근로여건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올림의 삼성 서초사옥 노숙 농성은 다음주 500일을 맞는다. 반올림은 과연 사유지를 무단 점거하고 소녀상까지 세울 정도의 명분을 가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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