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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기자수첩]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제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시대에 살처분 2000만 마리가 왠 말입니까?"

지난 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취재 차 만난 전문가에게서 들은 이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AI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가금류(家禽類) 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2343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매몰됐고 226만여 마리가 살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AI 확진 판정이 나면 반경 3㎞ 내의 가금류는 모두 '예방' 차원에서 죽임을 당한다.

농가에 단 한 마리의 가금류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수많은 닭과 오리들이 영문도 모른 채 땅에 묻히는 것이다.

전문가가 위에서 한 말은 이런 어이없는 살생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을 하루 빨리 농가에 도입해야 한다는 절실한 외침이었다.

물론, 지금 농가 피해와 서민 경제가 받는 타격을 생각하면 가축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이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생각한다면 지금, 왜 가축들의 억울한 죽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AI 사태가 확산된 원인은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구멍난 방역체계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명을 그저 물건으로 생각하는 '공장식 축사'의 폐해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축산공장은 AI 바이러스의 온상으로는 그야말로 최적지다. A4 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알 낳기에만 몰두하는 가금류들은 바이러스를 이겨낼 면역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가축을 마트 진열대 위에 놓인 정갈한 포장육과 계란 같은 상품으로만 접한다. 상품이 되기까지 가축이 겪는 잔인한 사육 과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

지난 24일 천주교 강우일 주교는 "이번 AI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핵심을 찔렀다.

올 해는 무엇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 서로 마음을 모았던 시민들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현명함과 용기로 이번 AI 사태의 근본 문제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힘을 모으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우리가 앞으로 꼭 기억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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