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SK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존 D램에 이에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2일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2조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낸드플래시 공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다.
개인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 많은 인터넷 창을 켜뒀더라도 컴퓨터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면 이전에 사용하던 인터넷 창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정보가 D램인 메모리에 보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스마트폰의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등은 전원을 끄더라도 데이터가 그대로 보관된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에 따르면 2015년 823억 기가바이트(GB)이던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기기의 고성능화, 사물인터넷(IoT) 환경 고도화 등으로 오는 2020년 5084억 GB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로는 44%에 달하는 수치다.
◆시장 대세는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이러한 수요 증가세에 글로벌 업체들은 3D낸드플래시 투자에 뛰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30%대 점유율로 독주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웨스턴 디지털,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이 10%대 점유율로 경쟁하는 상황이다. 메모리셀을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쌓아 저장용량을 늘리는 3D낸드플래시는 적층수가 높을수록 원가절감과 수익증대 효과를 낳는다. 대부분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확보된 36단이나 48단 제품 양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36단과 48단 3D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려 연말까지 월 2만~3만장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2D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의 3D낸드플래시 전환도 지속한다.
스토리지 업체 씨게이트테크놀로지와 합작사를 세우는 것도 SK하이닉스에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공급처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씨게이트는 전통적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스토리지 시장에서 웨스턴디지털(WD)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양분해온 기업이다.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와의 기술격차 극복은 과제
3D낸드플래시 시장을 개척한 삼성전자의 입지는 탄탄하다. 업계 경쟁사들에 비해 1~3년 정도의 기술 우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 시장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20%대로 2위 자리를 확보했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도전자 지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8월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임원 50여명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결과는 SK하이닉스의 사업 전략과 변화 방향, 방법 등을 담은 보고서로 가공됐고 대규모 투자도 이 보고서를 통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1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지만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비해서는 1년 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4세대 제품인 72단 3D낸드플래시도 내년 상반기 개발을 완료해 삼성전자와 벌어진 기술격차를 따라잡고 연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SK 관계자는 "지난 10월에 열린 CEO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주력 제품인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의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이번 투자 역시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업체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선도적인 전략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