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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연/전시

[인터뷰]'거리의 예술가' 이병학·오재원 감독 "예술은 일상에서 시작되는 거죠"

매주 일요일 삼청동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병학(왼쪽), 오재원 감독/이병학 감독 제공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를 주제로 멈춰 선 퍼포먼스를 진행 중인 이병학(왼쪽), 오재원 감독/이병학 감독 제공



'거리의 예술가' 이병학·오재원 감독 "예술은 일상에서 시작되는 거죠"

서울 북촌은 이제 더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은 문화의 거리가 됐다. 카페와 레스토랑이 큰 길가를 점령한 가운데 사이사이의 틈새를 장신구 가게며 옷 가게가 메워 가고 있는 것이 북촌의 겉모습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북촌 삼청동 거리에선 아주 특별한 퍼포먼스를 마주할 수 있다. 두 남자는 멋드러진 옷을 입고 몇 시간 동안 그저 가만히 멈춰 서 있을뿐이다. 그러나 그 속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멈춰야 비로소 음미할 수 있는 예술, 거리의 행위 예술가 이병학·오재원 감독의 이야기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두 사람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소재, 패턴, 작은 소품까지 무엇하나 빈틈 없는 완벽한 패션 센스로 중무장한 두 사람이었다.

"어느 날 자전거를 끌고 길을 걷는데 지프차 한 대가 다가왔어요. 그러더니 창을 내리곤 '저랑 같은 배낭을 가지고 계시네요' 그러더군요. 저도 아우(이병학 감독)님도 패션에 참 관심이 많아요. 당시에 언뜻 보니 아우님의 패션이 참 남달라요. 순간 만나면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그래서 명함을 받고도 연락을 안 했었습니다." (오재원 감독)

그러나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난다고 했던가. 두 사람은 운명처럼 효자동에서 다시 마주쳤다. 영화계 미술 감독으로 살아온 오재원 감독과 연극과 그림을 통해 예술 활동을 이어온 이병학 감독은 그렇게 자연스레 함께하게 했다.

"저보다 형님(오재원 감독)이 4살이 많으신데 얘기를 하다보니 통하는 게 참 많아요. 돈을 벌고 유명해지기보다 일상 안에서 예술을 찾고자 한다는 게 저와 같았습니다. 형님은 영화계에, 저는 제 나름대로 인생의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서로 참 잘 만난거죠." (이병학 감독)

옷을 사랑하는 오재원 미술 감독/이병학 감독 제공



거리 위 퍼포먼스는 이 감독이 먼저 제안했다.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를 주제로 한 이 퍼포먼스는 그저 가만히 무언가를 기다릴뿐이다. 마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저는 남 앞에 나서는 게 자신 없어서 주저했어요. 그런데 결국 같이 하게 됐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행위 속에는 희망과 기다림 등이 담겨 있어요. '멈춤'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낀 거죠." (오재원 감독)

"'멈춤'이라는 주제 하나를 가지고 6~7년 동안 행위 예술을 이어오고 있는데, 정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어요. 유명해지거나 특별해지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그저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고, 삶 속에 예술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을 뿐이죠." (이병학 감독)

두 사람이 '길거리'를 배경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군중의 반응은 다양하다. 이 감독은 "저희를 보고 '장님이냐', '옷 가게 아르바이트냐', '돈 벌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 이렇게 빈정대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반면에 같이 사진을 찍어가거나, 저희랑 함께 퍼포먼스를 해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만난 이들과 인연을 맺고 함께 영화를 찍고 예술을 논하는 동지가 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없던 길거리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이 이들에겐 예술이다.

"그 자리에서 얘기도 많이하고, 또 온라인에서 저희 정보를 찾아보고 믿음이 가서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 차츰 공감대가 이루어지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자연스레 예술적인 것들도 함께 시도하고 있고요." (이병학 감독)

그래서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작품' 하나다. 최저 예산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켜 관객에 메시지를 던지는 그 과정만으로 두 사람은 행복하다.

"작년에 찍은 영화 '골목길' 같은 경우는 총 30만 원이 들었어요. 최소한의 장비와 인원만 있다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담을 수 있으니까요. 다섯 명이 모여서 다섯 배가 아닌 오십, 오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걸 목표로 합니다. 대중적 확산도 중요하지만 작품에 메시지를 담아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을 이루는 과정도 중요하니까요." (오재원, 이병학 감독)

거리 공연 중인 영화사 '먼지'의 오재원(왼쪽) 감독과 이병학 감독/이병학 감독 제공



'일상에 스며든 예술' 이병학 단편 영화 감독/이병학 감독 제공



6년~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퍼포먼스를 이어왔지만 두 사람은 여전한 초심을 이야기했다. 오 감독은 "퍼포먼스를 한 지 꽤 오래 지났지만 저희는 늘 처음과 같다"면서 "일상 속에서 예술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긴장하면서 점차 삶과 예술을 구분짓지 않게 되는 거다. 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길에서 서로를 만나, 길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그렇게 길에서 헤어질 겁니다. 암울한 시대, 우리라는 잔잔한 존재들이 모여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면 어떨까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저희를 보고 감동을 느끼셨다면, 저희는 아주 오랫동안 이 퍼포먼스를 이어갈 겁니다. '고도를 기다리다'처럼, 설령 오지 않을 지라도 언젠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저희는 행복할 겁니다.(웃음)" (이병학, 오재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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