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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중산층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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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언론인·세태평론가

뭘 먹을까요? 귀 익어 딱지가 앉은 이런 물음도 없을 거다. 이젠 끼니때를 일러주는 자명종에 다름 아니다. 설렘과 고민이 교차하는 점심시간. 식성 좋은 식도락가들은 벌써부터 괸 침을 꼴딱거리며 맛집에 달려가 있다. TV에 소개됐다는 둥 별미 찬사에 조미료를 친다. 삼삼오오 입소문에 이끌리다 보면 후미진 골목까지 파고든다. 나름 이름났다는 음식점은 들썩거린다. 야단스럽게 보글거리는 별미 한 점 맛보려면 어쩌겠나. 까치발을 딛고 기웃거리다 결국 줄을 선다.

서민풍의 맛집은 왁자지껄하다. 삑삑대는 잡음만 있는 게 아니다. 생생한 잡담 통신들이 밥상머리 주변을 떠다닌다. 귀동냥하면 삶의 지혜와 반짝거리는 경험칙을 낚아챌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점심을 '황금알을 캐는 자리'라고 했던가. 평소 그 무관심했던 '점심(點心)'의 한자어에 주목하게 된다. 찬찬히 뜯어보니 뜻풀이가 예사롭지 않다. '마음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점심 약속을 허투루 할 일이 아니다. 소찬에도 정성을 들여야 마음이 동하는 법이다.

친구가 내게 묻는다. 직장인의 한 끼 점심 비용은? 직종별, 직급별 메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평균치를 물어본 것일 터. 뜬금없고 기습적인 그의 물음에 궁금증이 발동한 쪽은 오히려 나였다. 그날 이후 점심때마다 풀어야 할 숙제로 맴돌던 차에 엊그제 한 연구소가 그 답을 내놨다. 고소득층 6500원, 중산층 6200원, 빈곤층 5700원. 설문조사한 것이라는데 한 끼 입에 들어가는 것도 저토록 가치가 달라야 하나 싶다.

5700~6500원. 그런데 그 박스권의 값이라는 게 어째 한 카테고리에 꽂힌다? 국민대표 음식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다. 그 옛날 네댓 점의 고기를 오물거리며 곯은 배를 채웠던 설렁탕은? 어지간해선 7000원을 웃돈다. 고소득층 평균치보다 비싸다. 국민 보양식 곰탕과 삼계탕은 또 얼만가. 1만 원을 우습게 훌쩍 넘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서민들의 씀씀이를 여간 옥죄는 게 아니다. 그 체감을 수치로도 환산할 수 없으니 통계 또한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대학에 출강하는 그 친구는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했다. 외국 명문대 출신에 콧대 높은 그 아닌가. 그의 이상이 현실의 벽 앞에서 수없이 좌절됐기에 그럴 만도 할 것이다. 허탈했을 것이다. 그는 그러나 빈곤층이 아니다. 번듯한 중형 아파트 한 채 있고, 결코 사소하지 않은 자가용에, 뜸하지 않은 해외여행에, 여윳돈까지 굴리는 그는 누가 봐도 중산층이다. 그런데 중산층 10명 중 6명은 스스로를 빈곤층으로 생각한다니 친구의 넋두리가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그들을 상실감에 빠지게 했을까? 적이 궁금하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랐던 2002년 국민 10명 중 8명은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큰 소리쳤다. 그토록 희망에 부풀었던 그들은 다 어디로 증발한 걸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7931달러.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1만 2100달러였던 2002년 그때 보다 못 사는 것은 아니다. 소득이 두 배 이상 올랐다고 해서 덩달아 자장면 값이 두 배 이상 고개를 든 것도 아니다.

'중산층의 밥'을 먹는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불안한 미래, 100세 시대의 어설픈 노후대책, 일자리부족, 어수선한 정국 …. 성장이 더딘 한국 경제는 지금 초조하고 찌든 모습이다. 경제의 중추인 중산층이 웅크리고 있다. 그렇다. 우리나라 중산층은 지금 극심한 '정신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힐링해줄 경제적 감동 드라마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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