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6-11-01 15:47:44

[새벽을 여는 사람들] 김현재 대표 "삶의 공간 채우는 가구 만들고파"

▲ 가구제작업체 bosk 김현재 대표가 서울시 망원동에 위치한 쇼룸에서 자신이 제작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채신화 기자

"바쁜 일상과 치솟는 집값 등으로 현대인에게 집은 투자수단, 혹은 잠만 자는 곳으로 전락했다. 집이란 공간 자체를 일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공간과 잘 어울리는 가구를 만들어 숨을 불어넣고 싶었다."

보스크(bosk) 김현재 대표(36)가 1인 기업을 차린 이유다.

지난 21일 이른 아침 서울시 망원동 bosk 쇼룸에 불이 켜졌다. 마치 가정집마냥 침대와 테이블 등이 저마다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원목 가구들은 정갈하면서도 디자인이 독특했다. 아파트와 건물이 늘어서 있는 컴컴한 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따뜻함이 새어나왔다. 김 대표는 새로운 가구 제작을 위해 원재료를 살펴보고 있었다.

"시작은 '내가 갖고 싶은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부터였어요. 대학교 졸업 후 선배들 밑에서 일하면서 가구 작업을 배우고 돈을 모으며 저만의 가구 제작을 준비해 왔죠."

그는 홍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선배인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 아래서 작품 제작 테크니션을 맡아 4년 여간 일했다. 그의 나이 28살이었다.

"나무의 물성 자체부터 가구를 만드는 과정 모두 재밌더라고요. 그러던 중 순수예술에 대한 회의가 겹치면서 가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결심이 선 후 1년 정도 준비해서 혼자서 창업을 하게 됐어요."

▲ 가구제작업체 보스크(bosk)의 서울시 망원동에 위치한 쇼룸 내 진열돼 있는 가구들./채신화 기자

그렇게 만든 회사가 보스크(bosk)다. 영어로 '작은 덤불숲'이라는 뜻으로 주 재료인 원목과 어울리면서도 큰 숲 보다는 부분을 차지하는 가구의 느낌과도 잘 어울려 금세 마음을 뺏겼다. 경기도에 작은 공방을 내서 디자인과 제작을 하고, 서울엔 쇼룸을 운영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가구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밀어 붙였으나 한계는 금방 느껴졌다. 막막함이 느껴질 무렵,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 2년 동안 참여하게 됐어요. 직접 고객을 만날 수 있어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었죠. 홍보효과까지 있어서 저한텐 전환점이 됐죠."

판매 경험이 없던 김 대표에게 가장 짜릿한 순간은 첫 가구가 팔렸을 때다. 그는 첫 구매자의 인상과 직업, 구매했던 물건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리빙 페어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고 SNS도 시작하면서 구매 고객이 늘었다. 유명하지 않은 그의 가구를 계속해서 찾는 이들은 bosk 가구의 친환경적 소재와 디자인을 선호했다. 김 대표는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원목을 소재로 하는 동시에 맞춤형 가구로서 완벽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추구하고 있다.

"가구의 필수 요건인 실용성에다 순수예술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디자인을 더하고 싶어요. 디자인 포인트로서 직선과 곡선을 절충해 미적인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죠."

김 대표는 질리지 않는 가구 디자인을 위해 하나의 가구를 디자인 할 때 백 번이 넘는 스케치를 한다. 라인 하나에도 신경을 몰두하는 그다. 이 때문에 가구 제작 시 디자인 소요 시간이 60~70퍼센트를 차지한다. 샘플 제작 이후에도 수정을 3~4번 정도 거친다. 열정이 없으면 못할 일이다. 그의 열정은 원재료 하나하나에 투영돼 있다.

"요즘은 원목에 황동이나 가죽 등 다양한 재료를 접목하는 시도 중이에요. 가죽 소파를 만들기 위해 가죽을 찾아봤는데 죄다 인위적이더라고요. 보통 가죽은 상처가 있으면 하자라고 생각하고 다시 코팅을 하고 무늬를 찍거든요, 원래 모습의 가죽을 찾기 위해 고생 꽤나 했죠.(웃음)"

▲ 가구제작업체 bosk 김현재 대표가 서울시 망원동에 위치한 쇼룸에서 자신이 제작한 수납함 옆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신화 기자

그는 있는 그대로의 가죽을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수소문하다가 가죽 공장을 운영했던 장인을 찾았다. 한 달이 넘게 발품을 판 결과 김 대표는 벌레 물린 자국, 상처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가죽을 구할 수 있었다.

김 대표의 열정이 담긴 가구는 금방 입소문을 탔다. 매출만 생각해서는 운영하기 힘들지만 점차 고객들의 추천이 늘고 브랜드로서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까지 혼자 도맡아 하면서 종종 어려운 순간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재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돈에 얽매여서 제가 만들고 싶지 않은 가구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24시간 잠 안 자고 일 한다고 해도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정해져 있고 매출에도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사업인 동시에 즐거움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큰 욕심은 내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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