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사회일반

[아름다운 건물·아름다운 서울]中: 홍현 북.촌.사.이

북촌마을 정독도서관의 새롭게 리모델링한 진입로. /서울시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백상기념관과 풍문여고 사잇길로 7분 정도 걸으면 정독도서관이 나온다. 도서관 건물은 1938년 경기공립중학교가 들어서면서 지어졌다. 원래는 갑신정변의 주역이었던 개화파 김옥균, 서재필 등의 집터였다. 길게 뻗으면서 중앙부를 높게 올린 전형적인 교사(校舍) 양식을 갖춘 이 건물은 당시에는 철근 콘크리트와 벽돌벽 구조, 스팀 난방시설 등을 갖춘 최고급 건축물이었다. 1976년 경기고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정독도서관이 들어섰다.

책만 읽기에는 아까운 도서관이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지며 널따란 담장 곳곳에 오래된 건물 역사만큼이나 세월의 추억이 묻어난다. 인왕산 자락에서 내려온 등산객도,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본 관광객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생각에 빠진다.

그 정독도서관이 사람과 '소통'을 하고 있다. 그 시작은 벽을 허무는데서 출발했다. 지난 20일 정독도서관을 찾은 기자는 그동안 도서관과 시민을 구분 짓던 벽 대신에 계단에 앉아 거리공연과 미소짓고 있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에 빛나는 '홍현 북.촌.사.이'는 마을과 관계회복을 위한 정독도서관과 종로구의 소통이 나은 결실이다.

북촌마을 가장 높은 부지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은 36만3631㎡(1만1000평)의 풍요로운 녹지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

높은 빌딩과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와 매연, 정신없이 움직이는 직장인들이 붐비는 종로에서 정독도서관은 마치 '프리허그'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과 같아 보였다. 양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듯한 진입로는 안기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했다.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계단도 있다. 계단 앞에서는 다양한 소규모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도서관의 조용한 이미지와 상반되게 도서관 입구는 음악소리로 흥겹기만 하다.

확 트인 공간에 신나는 음악과 시민들의 떠드는 소리, 예술작품과 같은 건물의 모습은 마치 축제 중인 대학교를 떠올리게 했다.

시민들이 앉아있는 중간 계단 왼쪽에는 공중에 떠 있는 건물이 있다. 화장실이다. 도중에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쪽에는 작은 전시관과 안내소를 조성해 작품 감상과 함께 북촌마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전시관에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섬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작품은 매번 기간을 정해서 바뀐다.

정독도서관 내 전시관./서울시



당초 정독도서관의 부지는 인근 지역보다 높았다. 보행자의 보행 공간과 차량의 주행 공간이 구분되어 있지 않은 '보차혼용' 출입구로 인해 마을과의 관계성이 매우 부족했다.

이러한 불편한 동거관계를 청산하고 정독도서관과 북촌마을 간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던 서울시교육청과,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주민지원시설과 관광 기본 인프라를 건립하고픈 종로구청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도서관과 마을이 서로 이어 맞닿게 하기 위해 35m 콘크리트옹벽을 헐어냈다.

지자체는 이곳 부지를 깎아 내리렸고 했지만 정독도서관 리모델링 설계를 맡은 시공업체 '인터커트'측은 담을 허물어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북촌마을의 중심길인 화동길과 정독도서관간의 2m 고저차의 경계부에 놓여 있는 4m 옹벽을 허물고 서울시등록문화재인 교육사료관 진입로를 확장해 정독도서관의 보행길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그 경계지점에 북촌관광안내소, 공중화장실 그리고 북촌갤러리를 건립했다. 이는 부지 안과 밖의 관계 회복뿐 아니라, 그곳에 완충공간으로서의 쉼터를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독도서관 공간의 공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정독도서관 입구에 있는 계단. 낮에는 이곳에서 소규모 공연이 열린다. 계단은 시민들의 의자로 활용된다. /서울시



정독도서관의 내부는 연령과 성별에 맞는 공간들이 조성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관'은 다양한 색상의 소파를 비치해 어린이 놀이터와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놀이터에 엎드려 동화책을 읽은 어린이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부를 하는 입시생, 취업준비생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관이다.

딱딱한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건물 밖으로 잔디공원, 정자 등이 있어 잠깐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정독도서관으로 가는 길도 눈이 아플 정도로 많은 간판보다는 아름다운 카페와 작은 기념품점 등이 있어 가는 발걸음마저 가볍다. 분명 서울의 가장 복잡한 중심가지만 북촌으로 진입하는 것만으로 한국 전통 관광지를 방문하게 된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