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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아름다운 건물·아름다운 서울]上: 구산동 '도서관마을'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구립 구산동 도서관마을'의 모습. 4채의 건물을 이어 리모델링한 건물로 지상 5층, 지하 1층, 건축면적 869.64㎡이다. /서울시



기자는 루이스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배경인 이상한 나라를 어려서부터 동경해 왔다. 몽환적이기도 한 이상한 나라는 항상 동화이상의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찾은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마치 흰 토끼를 따라 동화세계로 빠진 앨리스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17-37번지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자 주변과 어울리지는 '이질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노란 벽돌로 꾸며진 외벽에 다소 불규칙한 창문들은 친근감을 자아낸다. 밖으로 큼직하게 돌출된 금속형 외장재를 보면 생소하다는 감정도 지울 수 없다. 외관상으로는 용도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박물관 같기도 하고 공연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빛나는 도서관마을이다. 5층 높이의 이 도서관은 노후 된 주택들을 마을 도서관으로 바꿔 탄생한 건축물이다.

도서관마을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건물을 보인다. 4채의 빌라를 연결해 건축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색으로 도색된 도서관마을은 다른 딱딱한 느낌의 도서관가는 차별됐다. 들어가는 발걸음마저 포근한 느낌이다.

내부에 진입하는 순간 감탄을 자아냈다. 이곳은 확실히 '도서관'이 아닌 '마을'이다. 질서정연하게 세워진 책장도 없었으며 일괄적으로 배치된 책상과 의자도 볼 수 없었다. 어디로 통할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계단들이 곳곳에 보인다. 시민들은 복도나 공간 가장자리 등에 배치된 의자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침을 삼키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도서관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걷는 곳이 책장이며 내가 앉는 곳이 책상이다.

1층 홀에서 올려다본 도서관 내부의 모습. /서울시



여러 채의 건물을 이은 만큼 같은 층이라도 높이가 다르다. 서있는 곳이 1층인지 지하1층인지 혹은 2층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곳을 찾아가기 힘들지도 않다. 도서관 마을은 각 공간이 이질적이면서도 통합된 느낌을 준다. 분명 다른 공간이지만 어색하지 않다. 서로다른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덧붙여진 책복도와 일부 벽을 덜어내어 만든 열람복도는 모든 방들을 연결한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담을 수 있는 수십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방들의 도시다.

도서관 곳곳에서 리모델링 전의 건물 벽이 보인다. 과거 이곳이 어떤 곳이었으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떤 건물이었는지 알아챌 수 있다. 신축의 많은 부분을 기존 건물의 연결공간으로 활용해 도서관을 오갈 때 마을의 각 시대별 건축물들의 규모, 재료, 양식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도서관이면서 마을의 기억이 축적된 마을 박물관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박정아씨는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은 과거 빌라의 벽을 보며 도서관의 옛 모습을 상상한다"며 "과거 이곳 빌라에 살았던 분이 자기 집의 위치가 변화된 것을 보고 굉장히 신기해 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전의 빌딩 벽이 보인다. 리모델링시 기존에 있던 빌딩벽을 허물기보다는 유지해서 과거의 모습을 회상할 수 있게 했다. /김성현 기자



도서관마을은 주민들의 요구로 지어졌다. 구산동에서는 2006년부터 도서관 건립을 위한 주민들의 서명운동이 있었고 2012년 서울시 주민참여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충분치 못한 예산과 기존 마을 골목의 풍경을 살리려는 이유 등으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2013년 제안공모가 발주되고 기존 주택들을 활용하되 주민들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들을 적절히 잘 묶어내고자 한 것이 도서관계획의 시작이었다.

마을의 일부분인 막다른 골목의 기존 주택들을 도서관으로 계획하는 작업으로 마을에 있어왔던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도서관마을은 은평구 주민들의 바람이 모인 공간이기도 하다. 설계 단계부터 마을 사람들이 도서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음악작업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학생들이 모여 영화를 관람하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강당', 아이들이 신발을 벗고 책을 보고 얘기할 수 있는 '당상' 등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했다.

도서관 복도의 모습. 질서정연하게 세워진 책장과 책상보다는 벽과 복도를 이용한 자유로운 배치를 구현했다. 숨쉬기도 조심히하는 딱딱한 느낌의 기존 도서관과는 비교된다. /서울시



아름다운 내·외관뿐 아니라 민·관 협치도 잘 이뤄진 모델이다. 국내에 가장 권위있는 건축상인 '서울시 건축상'의 대상에 선정된 것에 대해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도서관마을을 설계한 디자인그룹 '오즈'의 최재원 작가는 새로운 기능을 남아있는 기존 주택과 마을의 질서를 무시하기보다는 도서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계획하려고 노력했다.

최 작가는 "책복도가 된 골목, 미디어실이 된 주차장, 토론방이 된 거실, 당시 유행했던 재료를 알려주는 기존 건물의 벽돌과 화강석 입면마감재들, 내부로 들어온 발코니, 벤치가 된 기존 건물의 기초 등 마을에 남아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싶었다. 골목을 거닐 듯 책복도와 마을마당을 거닐고 다양한 연령의 주민들과 함께 문화를 즐기며 마을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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